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열성입니다. 그 방법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입니다. 아이 성장 발달에 따른 타임 스케쥴도 있습니다. 3~4세에는 뭘 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뭘 해야 하고 저학년 때 할 것 과 고학년 때 해야 할 일에 대한 로드맵이 있어 그에 따라 아이를 관리합니다. 연예인 매니저와 비슷합니다. 아이 하나 낳는 시대에 자녀에게 올인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그 밑에는 엄마들의 숨어있는 심리가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슬로우(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하위단계부터 순서대로 정리하면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정의 욕구, 3단계는 소속과 애정의 욕구, 4단계 존경과 자존감의 욕구, 마지막 5단계는 자기실현의 욕구입니다.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상위 단계의 욕구로 옮겨갑니다. 생리적 욕구는 성욕·식욕 등 생존을 위한 최하위 욕구입니다. 안전의 욕구는 집과 돈과 같이 경제적 안정, 사회 생활의 안정에 대한 욕구입니다. 그 다음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밀한 관계를 바라는 소속과 애정의 욕구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살아도 뭔가 양에 안 차게 될 때 4단계로 존경과 인정을 받으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존경과 인정도 헛된 것처럼 느껴지면 마지막 자기실현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자기의 잠재력을 키우고 보람 있는 삶을 통해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지요. 자기실현은 자기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충실하게 발전시켜 자신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코치의 자기실현은 선수의 성공이다”

 

 엄마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성은 이 마슬로우의 5단계 욕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엄마들이 욕구 발달 단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중상층의 전업 엄마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 분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이 되어있으니 당연히 1단계, 생리적 욕구는 문제가 안 될 것이고 2단계도 경제적 사회적 안정도 어느 정도 확보되었습니다.

 전업주부의 경우 3단계에서부터 욕구 충족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안 하니 가족 내의 소속과 교류 외에는 딱히 소속감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잘해야 친구 모임이나 취미활동 정도입니다. 또 4단계 욕구인 인정과 자존감의 고양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더욱이 5단계 자기실현은 종교적인 활동이나 내적 수행을 하지 않는 이상 충족시킬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전업주부의 경우 사실 3단계 수준에서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올인하게 되면 3, 4, 5 단계가 동시에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3단계 욕구는 자녀 친구 엄마들의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인 소속감과 정보 교류를 하면서 정을 쌓을 수 있습니다. 학원가와 연결되면서 학원 선생님들과 교류합니다. 더불어 인정과 자존감을 높이는 4단계도 만족될 수 있습니다. 엄마의 능력으로 인해 아이가 성적이 좋고 다른 면에서도 잘난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엄마들의 감탄과 부러움을 삽니다. 인정도 받고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5단계, 아이를 통해 자기실현이 가능합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많은 공부를 합니다. 어떤 엄마는 영양식, 환경, 건강, 심리학, 인문학, 교육학, 사회학, 감정 코칭 까지 많은 공부를 합니다. 정보력을 갖추고 사회의 트렌드도 정확하게 알고 아이 발달 수준에 맞춰 정서까지 고려하면서 완벽 맞춤 로드맵으로 아이를 탄탄대로로 이끌어 갑니다. 이건 엄마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엄마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해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그러면서 엄마도 보람을 느끼고 성취를 느끼는 겁니다.

 

‘실패한 엄마, 병든 아이’ 게임

 

 운동선수 코치의 자기실현은 자기가 가르치는 선수의 성공입니다. 금메달은 선수의 성공이기도 하지만 코치의 일생일대의 자기실현입니다. 자기의 모든 능력을 다 해 한 선수를 금메달을 따게 만든 거지요. 이런 ‘코치 엄마’들이 대세입니다. 별 쓸데없는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이 세 단계의 욕구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자녀 교육이 훨씬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겁니다. 요즘 엄마들은 단순히 아이 성적에 목매는 욕심 많은 엄마들이 아닌 겁니다. 자기실현의 방법으로 아이의 자녀교육에 매진하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올인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금메달을 따야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선수가 아닌 데 선수가 되어야 하는 아이, 코치가 아닌데 코치노릇을 해야 하는 엄마가 문제입니다. 확실한 것은 엄마의 자기실현은 아이가 해줄 수 없다는 겁니다. 그 게임의 결과는 실패한 엄마, 병든 아이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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