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이 드는데,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우선 이것부터 하고 나서, 오랜만에 연락해 온 친구라 서운할 것 같아서, 기다려온 영화가 나왔으니 잠깐 이것만 보고나서 등등의 이유를 대며 일을 미룬다. 가까운 동네 카페라도 나가면 시원할 것이고, 굳이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될 일을 만지작거리며 정작 해야 될 일은 시작도 안하는 나의 심리는 뭘까?

 게으르다고만 하기에는 ‘어차피’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다. ‘미루고 미뤄서 미뤄도’ 그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고, 결국 ‘나의 손’을 거쳐야 할 일이다. 그것을 노력의 부족, 게으름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행동이나 일처리가 느리다는 점에서는 게으르지만, 어떤 일이나 행동이 ‘시작’되어야 비로소 게을러 질 수 있다. 그러니 ‘일의 시작’이 힘든 나는 어쩌면 ‘실패’에 대한 부담감으로 ‘구실’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지만 ‘자신이 없는’ 경우에 실패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실패하더라도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책보다 상황이나 구실을 탓할 수 있고, 뜻밖에 성공을 하게 되면 자신의 자존심은 유지할 수 있으니 좋다. 마감을 앞두고 친구를 만나서 글쓰기 할 시간이 없다고 설레발친다면 글이 좋지 않아도 나의 능력은 평가당하지 않아도 된다. 글쓰기를 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급하게 썼으니까 ‘봐 줄만’하다.

 

다른 사람들 평가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매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정작 일상에서는 노력보다는 핑계나 변명을 대고 다른 사람의 평가나 시선에서 편안해지려하는 경향이 있다. 구실대기 전략은 능력이나 성격 등과 같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의 도마 위에서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어떤 일을 열심히 했지만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을 때, 적당히 구실을 만들 수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시험 실패 이유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어떤 일이 안된 이유를 날씨 탓으로 친구 때문으로 시간 부족 때문이라면 굳이 노력을 다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구실 만들기’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사람들은 완전한 실패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중요한 개인 경기에 임해서 연습량을 줄이기도 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며, 상대 경쟁자에게 유리한 위치정보를 양보하며,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한단다. 믿을 수가 없지만 사실이란다.

 그럴싸한 핑계나 변명거리를 대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이나 평판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인상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실패는 노력이 부족해서이지만 시간이나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실패할 때는 ‘상황’을 탓하고, 다른 사람이 실패할 때는 그의 ‘특성’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성격을 탓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시험에 실패한 이유가 자신일 때는 시간부족으로 공부가 덜 되었다고 상황이나 노력의 부족이 원인이 된다. 반면 타인이 시험에 실패하면 지적 능력의 부족이나 그럴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기

 그러니 어떤 일에 있는 힘을 다해 부지런히 애를 쓰려고 할 때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구걸하지 마라.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지만, 거기에 얽매이다 보면 노력보다 구실 찾기가 우선이 될 것이므로. 그리고 어떤 일이 성공했을 때 그 원인을 ‘개인의 능력’에 두기보다 ‘개인의 노력’에 두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실패했을 때에도 그 원인을 ‘개인의 노력’에 둘 것을 당부한다. 능력보다 노력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능력은 타고나고 고정되며 변하지 않는다고 여기므로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이다. 반면 ‘노력’을 하다보면 이렇게 글을 완성할 수 있게 되므로 노력은 통제가 가능한 변수다.

 첫 돌을 맞이한 손녀 딸램의 최근 일상은 걷기다. 그녀는 보행기를 밀고 걸어가다가 서툴러서, 보행기만 미끄러져서 넘어지곤 한다. 지켜보는 나는 ‘아프겠다’ 싶지만 넘어졌던 그녀는 발딱! 일어나 ‘마치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는 것처럼’ 다시 보행기를 잡고 걷다가 넘어진다. 아프다고 주저앉지도, 힘들다고 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걷기에만 노력을 다하는 그녀는 곧 달릴 기세다.

조현미<심리상담사>



▲나의 구실 만들기 경향성

다음의 각 진술문에 대하여 당신이 동의 또는 반대하는 정도를 적절히 체크하시오.



 <1>나는 매사 미리미리 처리하기보다는 마감 날이 임박 할 때까지 미루는 편이다.

 전혀 아니다 0 1 2 3 4 5 매우 그렇다



 <2> 나는 시험이 임박하거나, 발표가 다가오면 매우 불안하다.

 전혀 아니다 0 1 2 3 4 5 매우 그렇다



 <3> 나는 시합이나 게임 등 무언가를 겨룰 때 유난히 운이 나쁜 적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전혀 아니다 0 1 2 3 4 5 매우 그렇다



 <4>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 면접이 다가오면 나는 전날 되도록 충분히 잠을 자려고 한다.

 전혀 아니다 0 1 2 3 4 5 매우 그렇다



 <5> 무언가 잘못 되어 망쳤을 때 나는 우선 상황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전혀 아니다 0 1 2 3 4 5 매우 그렇다



※<4번> <5번>은 거꾸로 채점함. 점수가 높을수록 구실대기 경향이 높음.

자료 출처. 한규석(2013), 사회심리학의 이해,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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