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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청춘, 유감을 표한다
김동규
기사 게재일 : 2017-07-19 06:00:00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추구하는 청년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첫번째는 사회가 정의해둔 탁월한 인간이 되는 길이다. SKY부터 서열화돼 있는 명문대학에 들어가 캠퍼스의 낭만을 포기하고 끊임없는 스펙 쌓기와 고시공부를 통해 사회가 인정하는 높은 문턱을 몇 번이고 넘어야 한다.

 두번째는 문턱을 넘지 못했거나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길이다. 이들 중 일부가 택하는 진로는 공무원이다. 흔한 다수의 어른들은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해 이를 못마땅해 한다.



‘노력의 방’과 `단절의 방’ 사이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유가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공정한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다수의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광주의 청년들이 한 달에 사용하는 돈은 평균 125만 원이다. 이렇다보니 생활비 외에 미래를 위한 저축은커녕 점차 빚이 늘어나고 있다. 광주의 청년 3명 중 1명에겐 빚이 있고 이들 중 대학생에겐 평균 900만 원의 부채가 있다. 청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청년들은 절망에 빠지거나, 평생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를 피하려는 청년들은 다시 “재수는 필수고 3수는 선택이다”라는 말을 위로삼아 감옥과 같은 고시촌과 학원가에서 더 인정받는 학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에 간 청년들이 취업의 좁은 문턱을 넘기 위해 선택하는 것 역시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일이다. ‘N포 세대’는 많은 단절들을 함축한 슬픈 단어다.

 작년에 광주광역시에서 청년정책을 위해 청년문제의 당사자와 정책입안자들을 일본 도쿄로 연수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운이 좋아 통역으로 참여했다. 일본 청년단체 중 상당수는 히키코모리와 니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었다. 버블붕괴와 리먼쇼크라는 두 금융사적 변곡점을 기준으로 히키코모리나 니트가 된 청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취업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혹은 대학 졸업 직후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기간을 경제 위기로 놓치게 된 청년들은 다시 취업할 확률이 무척 낮아진다. 그래서 히키코모리나 니트가 생겨나는 것이다. 일본의 문제를 10년 차이로 따라간다는 출처불명의 명제를 떠올려도 곧 한국의 청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역사와 사회의 거대한 흐름 앞에 개인들의 행복한 삶은 무력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다행히 아르바이트로도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르바이트 사업장들은 생각보다도 열악했다.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20%의 광주 청년들이 폭언, 폭행 등을 경험하며 일을 한다. 최저임금 역시 일본,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현실을 감안할 때 존엄한 삶을 기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공무원 준비나 한다”, “출산을 왜 안하느냐”, “우리 때는 다 견뎠다”라며 개인을 탓하는 가시 박힌 조언들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패배는 죄가 아닙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첫 번째도 그리고 두 번째 선택도 청춘들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킨다. 젊은 청춘들의 영혼은 사회가 인정하는 ‘노력의 방’에 갇히거나 혹은 사회가 백안시하는 ‘단절의 방’에 속박되고 있다. 청춘들의 영혼이 외딴 감옥 속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것은 사회가 공모한 ‘단절’이다.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을 보듬는 따뜻한 둥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가 정의해둔 ‘정답’에서 벗어났거나 1등이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쉽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그때부터 존엄한 삶과 단절된 청년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웹툰 송곳에 나오는 “패배는 죄가 아닙니다”라는 대사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를 한 문장으로 함축한다. 사회가 정해둔 가파른 성공의 길을 걷는 사람도, 평탄한 행복의 길을 걷는 사람도 뜨거운 청춘을 만끽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삭막한 아귀다툼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청춘, 유감을 표한다.

김동규 <광주청년유니온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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