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외출 삼가’라는 재난문자는 너무 잦아서 긴장감이 떨어질 정도. 도심 주택에 바나나가 열렸다는 뉴스에, ‘그게 어쨌다고?’ 심드렁할 정도로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가 익숙해진 날들이다.

 여름철 더위가 광주만의 문제겠는가마는, 폭염 대책 중 하나로 ‘도심 살수’를 제시한 일차원적 행정이 갑갑해 체온이 더 올라간다. 광주시 계획은 이렇다. 9월까지 폭염특보(폭염 주의보 33도 이상·폭염 경보 35도 이상)가 이틀 연속 발령될 경우 시민 통행이 잦은 옛도청 앞 광장, 상무시민공원 등에 물을 뿌리겠다는 거다. “비처럼 왕창 쏟아붓지 않으면 효과 없을 것”, “습도만 더 높아질 것”이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많다.

 땡볕이야 하늘의 소관이니 막아달라할 수 없겠다. 단 사람이, 행정이 해야할 일은 좀 했으면 싶다. 도심 기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생태 환경 조성…. 이런 거 하라고 공무원들 월급 주는 거 아닌가. 환경생태, 광주시 행정의 주된 분야이니 말이다.

 전임 시장(박광태·강운태) 시절에도 환경 생태 행정은 있었다. 1000만 그루 나무 심기, 광주천 자연형하천 사업, 교통섬 녹화 등이 기억난다.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아무튼 뭔가 하긴 했던 것 같다.



민선 6기 환경생태정책은?

 민선 6기, 시민단체 출신의 윤장현 시장의 환경 정책은 어땠을까?

 울림이 없다. ‘자동차 100만 대’가 워낙 각인된 탓일 게다.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발벗고 뛴 노고를 모르진 않는다. 단 시민들 생각은 윤 시장과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먹고 사는 문제 만큼 중요한 게 있다는 거다. ‘인간답게’ 살기다. ‘인간답게’의 가장 큰 조건이 환경이다. 올해 광주시 환경생태 관련 사업을 찾아봤다. 도시정원 75곳 조성, 시민 가드너 양성, 광주 100년 숲길 조성, 영산강 억새와 코스모스 꽃길 조성, 문화전당주변 꽃거리 조성사업 등이다. 환경부 공모에 선정돼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물순환 선도도시’ 사업도 있다. 공모사업을 제외한, 광주시 자체 사업은 ‘마을 가꾸기’운동 쯤으로 비쳐진다면 너무 비약일까. 미래 삶의 핵심 가치인 친환경적 지향점이 흐릿하다. 인구 150만 명의 삶의 질을 책임져야 하는 광역시정의 생태감수성 빈곤이 우려스럽다.

 ‘반생태적’으로 낙인찍힌 사업은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대표적이다. 2020년까지 부지 매입 못하면 도시계획(공원)을 해제해야 하는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광주시가 추진한 정책이다. 공원 부지의 30%를 개발업자에게 내놓고 70%는 공원으로 조성토록 해 기부채납받는 식이다. 1단계로 마륵, 수랑, 봉산, 송암공원 등 4곳에 대해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다. 무려 54개 건설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했다. 한마디로 개발 열기다. 수십 년간 아껴둔 도심 녹지가 파헤쳐져 아파트 단지 들어설 판이다. ‘광프리카’는 더 끔찍해질 게 자명한 일.

 하남산단 외곽도로 개통 등 자동차 쌩쌩 인프라 확충도 마뜩찮다. 이 역시 ‘광프리카’를 부채질할 요인인 탓이다.

 도심 기온 상승과 미세먼지 확산의 주범 중 하나가 자동차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서 도심 진입 통제, 대중교통 활성화 등 자가용 억제는 세계의 어떤 도시라도 지향점이 일치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광주시 행정은 ‘승용차 배려’가 여전하다. 해마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늘어나지만,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 수단을 위해 도로를 다이어트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문화전당 준공과 더불어 제기된 금남로 승용차 진입 통제, 차없는 거리 구상은 제대로된 논의 조차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건설사·대형유통자본만의 일터

 ‘왕이 공사를 일으키면 일꾼들에게 일이 생긴다’고 했다. 독일 시인 실러, 그가 지칭한 ‘왕’은 철학자 칸트였다. 칸트가 사상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 고만고만한 철학자들이 이를 해석하며 먹고 살았다는 거다.

 오늘날 단체장은 지역 행정 최고책임자로, 근세의 철학자보다 훨씬 큰 공사를 일으킬 수 있는 ‘왕’이다. 그렇다면 광주시장은 어떤 공사를 일으켜, 어떤 일꾼들이 먹고 살았을까? “미래 먹을거리 개발”이라는 ‘공사’판이 컸다. 자동차 100만 대 유치,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특급호텔 건립, 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등이 소문난 일감이다. 그런데 이 공사장에서 ‘일꾼’이란 건설사와 대형유통자본 밖에 보이질 않는다. 단체장이 일으킨 ‘공사’가 개발이면, 미래 광주는 콘크리트 열기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테다. ‘광프리카’ 탈출은 요원할 판이니, 살수차라도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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