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2주’가 시작됐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오늘부터 2주간은 주당 86시간을 일해야 하는 우체국 집배원 노동자들의 얘기다. 평상시에도 주당 56시간 일하며 하루 6시간 배달에 2000통, 1분당 약 5.5통을 배달하는 장시간 중노동을 한다. 그런데 주당 86시간이라니 왜 `죽음의 2주’라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길연 노동자 죽음 부른 과로노동
 근로기준법의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이다. 그런데 집배 노동자들은 왜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을까? 근로기준법 제 59조의 `근로시간 특례’ 조항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간 연장 근로시간은 최대 12시간을 넘을 수 없지만 이 법에 적시된 운수업, 금융보험업, 통신업 등 26개 특정 업종은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노동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우체국의 집배 노동이다. 지난해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900시간이었을 정도로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렸다. 올해만 우정 노동자 15명이 과로사와 과로자살, 사고사로 죽었다. 그중 12명이 집배 노동자였다.

 지난 9월 5일 자살한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의 죽음도 장시간 과로노동 때문이었다. 고인의 장남 증언에 따르면 그는 아침에 7시에 나가 저녁 8, 9시에 들어오며 성실하게 일해온 그는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우체국 관리자들로부터 출근을 강요받았다. 장시간 중노동이 일상화된 우체국의 모습이다. 이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고인은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취급 안하네. 미안해”란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쳤다.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이 생긴 아버지를 짓밟은 “우체국을 살인기업”이라 부르며 고인의 장남이 절규하는 이유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의 폐해는 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 서비스를 받는 시민들까지 죽음으로 내몬다. 버스 졸음 운전사고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로 2명이 사망한 사건도 전날 16시간을 운전한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 때문이었다. 하루16시간 일하는 운전사가 어떻게 승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근로시간 특례 조항 완전 폐지하자
 전체 노동자의 42%가 이 제도의 대상이다.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특례 제도는 노동자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사용자의 이윤 보장만을 우선해 악용되어 왔다. 지난 61년 제정되어 55년 넘게 유지된 이제도는 이제 폐지해야 마땅하다.

 지난달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26개 업종 중 10개를 존치하고 16개를 제외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더 이상 존치할 이유가 없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제까지 논의하는 이 때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특례 제도는 완전 폐지돼야 한다. 필요한 부문의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이기도 하다.

 설 명절부터 `죽음의 2주’가 없는 사회, 또 다른 이길연 같은 죽음이 없는 사회를 여는 길이다.
권오산<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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