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길연 집배노동자를 추모하며

 “사람취급 안 해 두렵다.”

 우편과 택배는 우리의 삶에 아주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전히 편지가 꽤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 시장은 갈수록 비대해져 간다. 심지어 현대인에게 가장 기쁜 말이 “택배 왔습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존재한다. 그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택배를 전하기 위해 집배원들은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그 수많은 집배원 중 한 명이었던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서광주우체국에서 20년 동안 집배노동을 했던 그는 “두렵다.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고 쓰여진 유서만을 남겼다. 집배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분노했고 집배노동자의 노동현실이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살인기업’ 우정사업본부의 진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는 택배서비스 부문에서 ‘소비자 만족도 1위’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노동자들의 땀이 이룬 결실이지만 되레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착취하는 우정본부의 행태가 속속히 밝혀졌고 그 결과 2015년에는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지금부터 우정본부의 진실을 살펴보자.

 집배노동자들은 하루 6시간 동안 2000통의 물량을 배달해야 한다. 즉, 1분당 5.5통을 배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고강도 노동 때문에 집배노동자들은 육체적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갖고 있는 노동자가 74%나 되며 질환 의심자가 43%이다.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다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가 51%다. 그러나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배노동자들은 고강도일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처해있다. 정규노동시간 외에 추가로 노동하는 시간이 많아 월 평균 추가노동시간이 77시간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19.6시간 만큼의 노동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체불이 심각하다. 게다가 적자로 인해 토요근무가 부활, 집배원들에게는 더 이상 토요일이 주말이 아닌 셈이 되었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주당 86시간을 일해야 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명절은 ‘죽음의 특별 소통기’라고 불린다고 한다.

 집배노동자들의 이러한 참담한 노동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우정본부의 인력충원이 시급하다. 그러나 민영화로 인해 운영되는 우정본부는 공공성보다 수익성,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우정본부의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추구가 집배노동자들의 노동권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존’이 위험하다

 만성적인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산재조차 인정받기 힘든 집배노동자들은 오늘도 하루하루를 겨우 ‘생존’해가고 있다. 올 한 해 집배노동자 12명이 숨졌으나 우정본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고 이길연 노동자의 죽음 역시 우정본부는 순직 처리,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산재 사망 인정에 소극적이다.

 비정상적인 노동환경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은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다 죽는 모순적인 상황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우정사업본부는 집배노동자의 인력을 충원하고 모든 집배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한다. 그리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집배노동자 뿐 아닌 시민 모두의 연대가 필요하다.
한영주 <전남대 용봉교지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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