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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의 생활심리]불우한 어린 시절이 무슨 죄?
‘어린 시절’이 불우하면 범죄자 되기 쉬울까?
조현미
기사 게재일 : 2017-10-16 06:05:01
 엽기적인 이중 생활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어금니 부녀 사건’의 어금니 아빠. 어쩌다 그는 천사가면을 쓴 사이코패스(정신병질자)가 되었을까. 왜 그는 자신의 딸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악마가 되었을까. 어떤 기사처럼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욕구해소를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인을 희생시키며, 사소한 일에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여서 일까.

 부모에 대한 기억 없이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초등학교 때 알콜 중독자인 양부모를 만나 학대와 방임의 상처를 갖고 있는 후배 강.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노릇이 너무 힘들다. 아이들 교육과 훈육을 하다가 남편과 크게 싸움을 하게 되면 자신이 ‘엄마가 아닌 괴물’이 된 것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에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든단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경험한 것은 엄마 없는 설움과 무엇이든지 스스로 알아서 했어야만 했던 그리고 어떤 일도 참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이었다는데. 그 덕분으로 눈치가 빨라졌고 자립심이 강해져 일찌감치 독립을 하기도 했다는 그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평범한 엄마이고 주부이며 직장인인데….
 
▶역경 극복 ‘훌륭한 성취자’들 많다

 ‘어린 시절’이 불우하면 범죄자가 되기 쉬울까? 불우한 어린 시절이란 키워드로 포털에 검색을 해봤더니, 가장 먼저 떠오른 글은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불우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훌륭한 성취’를 이룬 베토벤, 바그너, 오드리 햅번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있었다. 그 다음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나 유명 연예인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니까 불행한 어린 시절은 범죄자가 되는 하나의 원인이 아니다. 어쩌면 불우한 어린 시절의 자신(불우한 나)과 함께 ‘오늘도 여전히’ 불행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고, 물의를 일으켜서 우리에게 어린시절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워주는 건 아닐지.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의 성격형성과 생활양식을 파악하는 데 ‘어린 시절의 경험’을 중요시 한다. 그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경험한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기억은 현재 생활양식의 모태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란다. 이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삶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생활양식이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된 것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근거가 되는 기본적 전제와 가정을 의미하며 생활양식에 따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 즉 사는 방식이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을 당했던 후배 강은 그 이후 그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고,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어린 시절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어린 시절은 ‘어린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차고 넘친다. 태어나고 보니 선천적으로 허약할 수도 있고, 아들이길 바랐으나 어느 산골 마을 다섯 번째 소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녀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부모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열 아들’부럽지 않을 만큼 공부하고 효도를 해서 부모의 사랑을 쟁취할 수도 있다. 혹은 소녀가 일찌감치 ‘아들처럼’ 굴기를 선택하고 행동했지만 ‘아들’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열등감에 휩싸여 평생을 살아 갈 수도 있다.
 
▶ 누군가의 불우, 사회적 책임은 없을까?

 그럼 이런 선택은 어떻게 가능할까. 아들러에 따르면 사람들은 누구나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를 통한 경험이 생활양식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허약한(열등감) 사람은 건강해지기(보상)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기(생활양식)를 선택할 수 도 있지만, 지속적인 보살핌(보상)을 받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생활양식)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행동 선택에 부모와 같은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은 간과하면 안 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누군가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한 책임도 있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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