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11일. 인류는 또 다시 미증유의 재해와 마주했다. 근대적 지진관측 이래 일본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본 동북지방을 급습한 것이다. 지진에 이은 최대 높이 40m의 쓰나미는 문명의 모든 것을 깊은 심해로 가라앉혔다. 2만 명이 사망했고 3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노심용융에 이은 방사능 누출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재해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태를 ‘상정외의 참사’로 규정하고 책임 회피를 시도했다. 9.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은 예상하지 않았기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정외’는 일본 사회의 유행어가 되었다. 원전의 위험성은 이런 것이다.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만에 하나의 사고로 인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단순한 비용절감과 효율을 압도하는 참사가 심지어는 인류의 미래마저 위협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상정외’?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재개를 보며 짙은 유감을 느낀다. 현 정부 이내에는 단 한기의 원전도 멈추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탈핵’이 이루어지는 것은 2082년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2082년에 생존해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996년에 태어나 22살인 나 역시 2082년에는 80대 후반의 초고령이 된다. 살아있다면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세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길 갈망하고 있을 나이다. 하물며 청년기의 초입에 든 내가 이럴진데 ‘숙의 민주주의’의 미명하에 신고리 원전의 건설 재개와 2082년 탈핵을 결정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가.

 ‘에너지‘는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들은 석탄자원의 고갈을 몸서리치게 두려워했다. 그러나 더 효율적인 석유자원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교체되자 석탄 매장추산량이 수천년간 사용하고도 남을 것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체굴량은 과거에 비해 훨씬 감소했다. 석유 매장량이 정점에 도달한 후 서서히 고갈되면 1973년과 1979년에 있었던 오일쇼크가 또다시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석유매장추정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은 ‘석유시대’의 종식은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의 등장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단언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유감

 원자력은 어떤가. 송전망을 타고 흐르는 원자력의 산물들은 가로등을 빛내고 에어컨을 틀게 해준다. 그러나 ‘상정되지 않은 무언가‘ 역시 송전망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미래‘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 모든 원전에 9.0의 지진설계를 완비한다고 해도 10, 11 규모의 지진이라는 들어본 적 없는 재해가 일어난다면?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운이 나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전기 생산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원전을 대체하는 에너지를 개발하고 대한민국이 ’21세기의 대안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길은 아직 열려있다. ‘미래’를 천칭에 올려두고 추구하는 효율은 멸망의 길을 비춰 보인다. 미래를 위협하는 그 어떤 것도 상정되어선 안 된다. ‘상정외’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김동규 <광주청년유니온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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