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라온 글입니다.

 “나는 무서운 엄마입니다. 큰 아들 양치질 시키려는데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고 찡찡댑니다. 빨리하고 보자고 해도 징징대고 웁니다. 화가 솟구쳤습니다. ‘그만해! 제발! 그만 좀 하란 말이야!’ 하고는 칫솔은 화장실 구석에 집어던지고 고함치면서 아이 등짝을 후려쳤습니다. 그리고 최고 하이톤으로 꽥꽥 소리 질러댔습니다. 이 성격…조심한다고 노력하고 책을 읽어봐도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친정 엄마에게 많이 맞았습니다. 처음엔 나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자책하고 괴로워했습니다. 친정엄마처럼은 절대 안 할거야 라면서 이를 악물어보아도 순간순간 나오는 화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의 내면 아이가 문제인 거 같습니다.”

 화내는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분노 폭발을 친정 엄마와 연관시키고 그리고 자신의 ‘내면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면 아이’라는 심리학 용어까지 알고 있으니 나름 책도 많이 본 엄마입니다.
 
‘내가 엄마 맞아? 내가 인간 맞아?’
 
 ‘내면 아이’라는 것은 어른 속에 아이가 살고 있다는 겁니다. 어릴 때 상처받은 아이는 성장하지 못한 채 내 안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 상처받은 아이의 반응이 나의 성격을 형성하는 겁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맞고 자라면서 찍소리도 못한 아이의 마음에는 분노가 있습니다. 그 어린 시절 표현되지 못한 분노가 어른이 된 지금 불쑥불쑥 나오는 겁니다.

 어떤 엄마들이 ‘어린 시절의 상처’를 문제 삼을까요? 대개 감정 조절을 잘 못하고 아이들에게 분노 폭발하는 엄마들입니다. 보통의 화는 봐줄만 한데 자신도 이해 못할 분노 폭발이 문제지요. 이 분노 폭발의 원인을 어린 시절의 상처로 돌리는 겁니다. 그 내용도 어려서 부모로부터 맞고 자랐다는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해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 부모에게 많이 맞아서 내 안에 화가 가득 쌓여있다. 그 분노의 내면 아이가 지금 자기 아이한테 폭발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가 어려서 보고 배운 게 그거라 내 안에 엄마 같은 성질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화를 못 참는 엄마들이 심리학 책도 읽고 상담도 받아봅니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내면의 성격이니까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노력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지요. 문제는 그런 엄마들의 죄책감입니다. ‘내가 엄마 맞아? 내가 인간 맞아?’ 하면서 자책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분노폭발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반복적인 패턴이 더 문제가 됩니다. 자신의 화를 너무 문제시 하지 않는 것이 자녀 교육에 더 좋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분노 폭발하면서 삽니다. 그것이 보통 엄마들의 모습입니다.
 
욱해도 반성하고 툴툴 털고 웃고 살아야
 
 심리극을 하는데 주인공으로 나온 여자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려서 엄마에게 엄청 맞고 자랐다며 그 상처를 풀어냈습니다. 그 주인공의 엄마 직업이 상담학과 교수였습니다. 상담사 엄마라고 아이 잘 키우는 거 아닙니다. 제가 아는 심리상담사들 대부분 자기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고 자녀 교육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그러니 책 읽고 상담 받고 노력해도 안 된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엄마 자격 없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내 성격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죄책감 덜 갖는 게 자녀 교육에 최선입니다.

 혹 내가 어린 시절 상처가 있더라도 그 속에서 살아왔고 가정을 만들고 아이 낳아서 잘 살고 있다면 건강한 겁니다. ‘나는 괜찮은 엄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엄마가 자신에게 당당해야 아이도 당당해집니다. ‘꼬라지대로 키우는 게 제일 좋은 육아’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엄마가 분노폭발해도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맷집 키우고 적응해 나갑니다. 엄마가 욱한다고 아이가 다 문제아되고 상처받는 거 아닙니다. 엄마의 성격과 아이의 기질이 부딪히고 적응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엄마자녀 관계입니다. 그러니 욱해도 괜찮습니다. 살짝 반성하고 툴툴 털고 다시 웃으며 사세요.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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