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광주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주는 상쾌함에다 광주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문화예술 행사의 흥겨움이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의 농도가 더해졌다. 자연과 인간 삶이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 일상에서 쪼들리며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민들이 잠시 하늘을 우러러 쪽빛 하늘과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을 느끼는 즐거움은 손꼽을 수 있는 자연의 혜택 중 하나이다. 자연이 아름다울 때 인간은 더욱 흥겨워진다. 이럴 때 인간들은 행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춤추며 노래하게 된다. 이 때만은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의 순수성을 잊지 않고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다.
 지난 한 달 동안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한 행사만 해도 무려 10여개가 넘는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무등울림’축제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전통문화관에서 한 달 동안의 대장정을 마쳤다. 증심사권 마을 주민들이 주도하여 진행된 무등울림 축제는 마을 주민, 무등산 등산을 즐기는 시민,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온 많은 관광객에게 기쁨을 주었다. 첫 해 시작할 때는 매주 토요일 20~30명의 마을 주민과 등산객들이 모이는 조그만 행사가 이제는 200여 명이 넘는 고정 팬들이 생길 정도가 되었으니 행사 주관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특히 전통예술 위주의 공연들은 광주가 예향으로서 그 뿌리가 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욱이 국악을 전공하는 예술인들이 공연할 기회가 부족한 현실에서 무대에 설 수 있게 한 것은 부가적인 소득이리라.

넘치는 축제 형식·내용 중복 많아

 올봄부터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주 열리는 행사지만 10월에는 여러 굵직한 행사가 겹쳐 3주만 진행했다. ‘프린지 페스티벌’도 이제는 도심형 주말 축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매달 주제를 바꿔가며 시민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구도청과 금남로 일대에 시민들이 모여들어 활기를 띠면서 걱정을 많이 하던 상가에서도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참여하는 분위기다.
 광주시 북구와 담양에 걸쳐 산재되어 있는 ‘누정’과 ‘가사문학’을 소재로 관광객을 끌어오려는 ‘남도피아’ 사업의 일환으로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풍류남도 나들이’ 사업과 ‘봄/가을 마실’ 행사도 10월 단풍이 아름다운 무등산 자락에서 소풍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흥겨움을 더해 주었다. 그 동안 영남과 동해안 지역의 누정들은 주목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호남지방의 누정들은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가 조금도 뒤지지 않는데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런 일련의 행사를 통해 호남누정을 널리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그외에도 광주문화재단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35개 운영단체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20개 단체 그리고 창의예술학교 북구문화의 집을 포함한 총 56개 단체가 예술적 일탈을 멋지게 즐길 수 있는 ‘아트날라리’ 난장을 만들었다. 이 행사를 통해 운영단체, 예술가, 참여자 그리고 시민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과 사람을 잇고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면면을 잘 보여줬다. 또한 10월28일 마지막 주말에는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일원에서 ‘2017 생활문화예술 동아리 페스티벌’이 시끌벅적하게 이뤄졌다. 40여개가 넘는 체험 전시 동아리들과 50여개 공연팀들이 참여하여 기량을 뽐내며 하루를 즐겼다. 무엇보다 이런 종류의 시민 문화예술 향유 프로그램들은 정부와 시에서도 그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어서 시민들의 삶이 문화예술로 더 풍성해 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시민들의 관심, 예향 광주 디딤돌

 이외에도 광주시의 구와 동별로 조그마한 행사와 축제들이 10월 한 달 동안 도심을 떠들썩하게 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흥미를 주었지만 그런 중에도 몇 가지 ‘딱 꼬집어’ 지적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로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행사들 간 중복성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투입된 예산에 비해 효율이 높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는 말이다. 각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소통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컨트롤 타워의 기능이 약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내용면에서도 중복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줄타기 공연’이 이번 광주문화재단 행사에서만도 세 번이나 나왔다. 워낙 관중들의 호응이 좋은 공연이기 때문에 기획자의 의도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고민을 했어야 했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딱 꼬집고’ 싶은 대상은 시민이다. 광주는 예로부터 예향의 도시라 불리고 있다. 그에 따라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그 열기가 많이 식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관심을 쏟을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문화예술은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라는 생물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은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풍성한 삶을 제공한다. 도심 곳곳에 펼쳐지는 예술의 향연에 시민들이 자주 나오시길 권유한다. 오셔서 박수도 쳐주고 문화예술 체험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광주를 예향의 도시로 격상시키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감히 말씀드린다.
김종률<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