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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꼬집기]도시생태맹들의 텃논농사
김경일
기사 게재일 : 2017-11-20 06:05:01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을 알고 계시는 분들은 만나면 반갑다.
농업생태공원은 북구 일곡동 아파트 안쪽 한새봉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광주에서 딱 한군데뿐인 농업생태공원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길로도 알려진 한새봉과 함께 어린이들의 생태 학습장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하늘날다람쥐와 도룡뇽이 살아가고, 개구리가 합창을 들려주고, 원앙이가 날아드는 도심 속에서 살아있는 비오톱이다. 지역 생태계 향상에도 보탬이 되면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공간인 것이다.

올봄, 매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텃밭농사를 공모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올해에는 논도 ‘텃논’ 농사로 할 수 있도록 참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 ‘텃논 농사’에 논 한 뙈기를 신청했는데 운 좋게 분양받을 수 있어 벼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사무실 이름으로 신청했던 것이라 주말에 사무실 식구들이 힘을 보태 손모를 심었다. 어린 모는 토종 벼를 골라 한새봉 두레 김영대 국장이 파종했던 것을 쪄 내 모내기를 하였는데 그 중 ‘산두’를 배정받았다.

▲한새봉 텃논 한 뙈기 분양 받다

올해 ‘텃논’농사는 기계와 농약과 화학비료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인력으로만 지어보는 실험적인 농사라 참여자들은 더 재미졌다.

가물었는데도 사나흘 전 물을 대놓았던 논은 맨발로 들어간 이들이 ‘발바닥 경운기(?)’질을 할 만큼 풀어져 있었다. 자라있는 풀을 논바닥에 넣어주고 밟아 모내기를 할 수 있게 부드럽게 해준 다음 모내기를 했다.

여리디 여린 어린 모가 잘 커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이 보태어 졌다.

가뭄과 지독한 폭염이 한새봉을 다녀갔다.

바쁜 중에 한차례 피뽑기를 울력으로 했다. 여름 날 땡볕을 마다않고 식구들이 힘을 모았다.

진짜 농사 일을 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도시에 살면서 자연의 때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를 가늠하며 사는 것을 잊고 있는 생태맹들에게는 소중한 순간이고 경험이었다.

햇살이 부신 가을 날 벼베기를 했다. 도시농부들의 서툰 낫질에 논 속에 숨어있던 수 많은 메뚜기들이 달아났다. 다양한 종류의 잠자리들도 물기 묻은 날개를 털고 날아올랐다.

개발의 날선 발톱을 피해 그나마 남은 생명들의 서식처로 한새봉의 품은 따뜻하기만 하였다.

봄부터 지어온 농사가 쭉정이는 쭉정이대로 알곡은 알곡대로 거두어 졌다. 그 알곡 중 튼실한 것은 다음 해의 종자로 남겨질 것이다.

한 해 동안 애쓴 농부의 땀과 자연의 은혜로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일이라, 옛 어르신들은 농사를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고 했으리라.

오랫동안 착하게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은, ‘농사는 사람이 혼자 짓는 것이 아니다’ ‘농사는 하늘이 짓고, 땅이 짓고, 바람이 짓고, 미물들이 짓고… 그 중에 사람은 땀을 조금 보탤 뿐’이라고 했다. 농사 일을 천하의 중요한 근본이라 보았던 선조들의 마음자리를 잠깐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다.

▲무엇을 손수 길러본 이들의 삶

무엇을 길러 거둬본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가는 삶도 무언가 다를 것 같다. 내 삶과 잇대어 있고 또 다른 존재들의 삶과도 연대하는 순환구조를 농사를 통해 공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가족과 동료와 이웃들을 조금 더 아끼고 배려하는 것도 자연과 교감을 놓치지 않았던 농사를 통해서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도시에 사는 이들은 생태적인 눈과 귀와 가슴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짠하다.

문명의 편리함을 얻는 대신 꼭 지켜야만 했을 중요한 것을 잃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 순환의 관계망을 잊고, 팽배한 개인주의로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도시 속의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처방이 ‘몸으로 체험하고 느껴보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곳이 될 만한 공간들의 홀대가 심하다. 습지도 습지지만, 미조성공원으로 있는 앞산과 뒷산들도 위기다.

아파트에 산의 한 자락을 떼어주고, 길을 내는데 고개길을 내어주고, 그나마 남은 자락을 공원일몰제에 바치고 연명하고 있다.

숨막혀 헉헉거리는 도시에서 살 수 없게 될 때가 닥쳐야 후회할 것인가! 촉촉한 도시 살만한 도시에 대한 꿈은 꾸어서는 안 될 불온한 꿈인가!

오는 11월 21일, 광주 도시공원일몰제에에 대한 진단과 과제 토론회를 여는 것도 이런 꿈을 꾸는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만시지탄, 후회막급이 되기 전, 살만한 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계시다면 누구라도 오시라. 오셔서 힘을 보태주시라.
김경일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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