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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대한민국서 살아남아있는 청년의 편지
김서희
기사 게재일 : 2017-11-22 06:05:01
 2017년 11월15일 5.4의 강진이 포항을 때렸다.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에 등장하고, 정부는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다. 그 다음날이 수능이었다. 누군가는 수능 당일이 아닌 그 전에 지진이 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수험생들이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던 날이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이었지만, 안전과 생명 앞에서는 가벼운 문제라는 것을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사회적 반응이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2014년 4월 16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가족과 관계자에게는 당연히 오래 남을 일이지만, 전혀 접점이 없는 나에게도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참사 전날에도 수능 전날 포항의 지진처럼 자연의 경고가 있었다. 짙은 안개와 거센 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의 사회였다면 과연 배가 출항을 했을까?

안갯속, 세월호도 출항을 막았어야 했다

 2014년 4월16일에서 2017년 11월16일까지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가 참사 당일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두 사건을 연결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세월호 참사가 진원지가 되어서 탄핵이라는 지진으로 발현되었다고 믿는다. 유가족은 3년 동안 멈추지 않았고 무소불위의 박근혜정부 앞에 바짝 움츠려있던 나약한 시민들은 공감의 힘으로 일어났다.

 촛불집회에 처음 나갔던 날, 과연 이 행동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이 일을 통해서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해 마음 가득 의심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차가운 바닥에 우비를 뒤집어 쓰고 모여있는 나와 닮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의심이 확신으로, 그리고 반드시 해내야 할 당위로 바뀌게 되었다. 아마 그 비슷한 감정을 많은 이들이 느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원동력의 중심에 세월호 유가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무도 편들어 주지 않을 때부터 안전사회를 외쳤던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감히 승리라고 말 할 수 있는 탄핵을 이뤘다. 그리고 그 승리의 기억은 정부에 기대고만 있지 않는, 시민사회의 힘을 모두의 가슴 속에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민 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를”

 어떤 사람들이 말하듯이 사고나 자연재해는 인간의 만행에 분노한 신의 벌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운명도 아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라 “큰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속에서 발생한다”로 대형사고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연재해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관찰과 계획적인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예측하고,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벌어질 일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함으로서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우리가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잊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보다 더 안전한 나라, 보다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은 왜 세금을 내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저 이곳에서 태어났으나 이주할 자금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나라보다 대한민국이 좋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자금이 있어도 이민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서희<전남대학교 공과대학 환경에너지공학과 일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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