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당당한 경쟁을 지향하는 공교육은 전쟁처럼 교육을 시키는 사교육에 결코 이길 수 없을지 모른다.
 올해 11월 고려대학교의 ‘대나무 숲’이라는 게시판에 한 학생이 “내가 어떻게 고대에 왔는데, 학벌주의가 심해져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출신이 더 대접받았으면 좋겠다. 아예 진출할 수 있는 직업군이 분류되면 더 좋겠다”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출신대학에 의해 사회적 인정과 우대를 받고자 하는 마음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차별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 뿌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비판을 넘어, 문제 해결에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인 중 한 분이 모 도시에서 크게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분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재학 중 학비를 벌기위해 과외를 시작하여 지금의 대규모 학원을 운영할 만큼 자수성가한 분이다. 나도 교육에 관심이 많은지라 성공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나의 첫 번째 질문은 강사들의 출신이었다. 수도권이라 그런지 거의 SKY출신들이라고 하였다. 어쩌면 당연한 답일지 모른다. 나의 두 번째 질문은 사범대학교 출신이 있는지였다. 놀랍게도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사범대학은 최소 4년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배우는 학과들인데 왜 학원에서는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것일까“ 물론 전체 학원을 운영하거나, 고용된 분들 중에는 상당수가 사범대 출신이 있을 수 있지만, 수도권 유명학원에는 그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철학·심리학은 배제된 학원가

 그 이유는 학원운영방식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분이 말하는 운영방식은 강사들 실력은 학원들이 대동소이하고, 결국은 학생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에 달려있기에, 강사들이 새벽까지 남아서 그들이 그날의 과제를 풀 때까지 옆에서 채근하고, 압박하고, 격려한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 옆에서 학업수행의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방식을 사범대 출신자가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정식 교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어떠한 교육철학이나 교육공학, 교육심리학에 나오지 않는, 그리고 윤리적으로도 나올 수 없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사범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원칙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나의 세 번째 질문은 그렇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이 얼마나 따라올 수 있는 지였다. 그분의 말씀에 의하면 20~30% 정도만 따라온다는 것이다. 즉, 학원도 공부하려는 모든 학생들의 목표를 달성시키지는 못하고, 학원의 운영철학(“), 운영방식에 동의한 학생들만 따라온다는 것이다. 등급을 올리려는 목표를 달성한 소수의 학생들은 꽤 놀라울만한 성적의 향상을 가져온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대학은 SKY란다. 그들은 재수나 삼수를 통해서 SKY에 합격하기 어려우면 그 이상의 기간을 학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그들은 종종 이렇게 물어본단다. “선생님, 제가 SKY가 아닌 수도권 ○○대학에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하면 임원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요“” 그들은 이미 이 세상이 약육강식의 세계이며, 전쟁이며,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제로섬 사회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막상 그들이 원하던 대학, 회사, 지위 등을 얻었을 때 그 결과는 자신의 노력의 의한 것이며, 그것은 신성한 것이며, 사회나 국가 그 어떤 공동체로부터도 침해받을 수 없는 권위를 가진 것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어쩌면 갑질의 정당성은 사교육시장에서부터 암묵적으로 가르쳐지면서, 정당화되는지 모른다.
 
전쟁같은 교육현장서 살아남기

 정정당당한 경쟁-진보적 교육관을 지닌 분들은 이마저도 거부하지만-을 지향하는 공교육은 전쟁처럼 교육을 시키는 사교육에 결코 이길 수 없을지 모른다. 공교육에 있는 어떤 교사들이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면서까지 모욕이나 체벌 그리고 강압에 의해서 학생들의 학업을 향상시킬 수 있겠는가? 일부 사립고등학교에서나 드물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겠으나, 이마저도 사교육의 살벌한 풍경에 의하면 장난이 아니겠는가! 가진 자, 이기적인 자, 부와 군력의 계승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는 자들이 이기는 장(field)에서 우리는 너무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학원을 운영하시는 그 분의 마지막 말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저도 이렇게 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말 이 사회는 전망이 없어요.”
정의석 <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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