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자주 보는 10여명의 친구 모임이 있다. 일종의 계모임인데 30년을 넘게 만나고 있다. 깨복쟁이 친구들인 셈이다. 이 친구들과 만나서 가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언제 죽는게 가장 좋을까?’ 물론 무슨 죽음에 대한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친구들 모두는 죽는데 누가 먼저 죽고 누가 가장 나중에 죽을까 그리고 언제 죽는게 친구들 중에 제일 행복할까하는 가벼운 농담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친구들이 5번째 정도에 죽는게 제일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유를 들어 보니 이것 또한 비슷하다. ‘먼저 죽으면 아쉽고 나중에 죽으면 장례식장에 와서 울어 줄 친구도 없는 것은 너무 비참하다’라는 얘기다.

다시 생각해보는 국가·민족

 비록 친구들과의 가벼운 농담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자기자신이 우선이고 가족이 그 다음, 그리고 자기 주변 정도랄까. 아마 나라와 민족은 특수한 사람들 몇몇을 제외하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오래된 우리 인류의 역사 가운데 항상 있어 왔고 딱히 잘못된 것도 없다. 물론 근대에 들어 와서 특수한 나라에서 특수한 시기에 특수한 사람들이 인간 개인보다는 국가나 단체를 더 강조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런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앞에서 말한 친구들 농담처럼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우리들이 가족이 불행하면 그 개인은 행복할까? 주변(친구, 자기가 속한 조직, 사회 등등)이 어지럽고 불행한데 개인의 참된 행복이 있을까. 한 걸음 더 들어가서 그가 속한 나라와 국민이 안전하지 못하고 위태로운데 국가를 구성하는 낱낱의 개인이 진정 행복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지난 9일 평창 동계 올림픽이 화려하게 개막했다. 세계의 큰 체육 행사가 한국에서 열려 인류 모두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동시에 참가해 일부 종목에서는 한 팀을 이뤄 경기에 임하고 있다. 희망컨대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세계의 평화와 남과 북의 통일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남과 북 단일 팀 구성과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특히 20~30대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는 뉴스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반대하는 이유가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남한의 개인 선수들 입장인데 이것은 부당하고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 같은데 씁쓰레함을 어쩔 수 없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국기 하강식 나팔소리에 싸움을 멈추고 부부가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는 그런 시절의 끝자락을 살았던 필자 세대는 ‘남북의 평화통일’이라는 화두가 모든 가치에 우선해야 한다고 믿고 살았다.

가끔 주변 환경도 바라봐야

 이런 현상에 대해 20~30대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가치도 더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50~60대 기성 세대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지혜롭기도 하다. 나라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어서는 안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대의를 위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야할 때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물론 ‘국가는 개인을 위해서 무얼 해야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기본. 젊은이들이여, 가끔은 고개를 들어 그대들 주변을 싸고 있는 환경들을 냉철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시선을 좀 더 넓게, 좀 더 멀리 바라봐 주길 바란다. 그리고 가끔씩은 넓은 마음으로 개인이 아닌 ‘나라와 민족’ 그리고 ‘평화와 통일’이라는 주변도 살피시길 바란다. 결국은 나라와 민족이 불행해지면 우리 개인들의 행복도 위협받을 테니까….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살필 때 행복이 더 커지리라 믿는다.
김종률<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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