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씨가 자신의 경험을 매체를 통해 공론화하는 영상을 보고서, 저 사람이 그 오랜 기간 견뎠을 과거들을 더듬더듬이나마 예상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의 경험과 결코 분리되지 않은 사건들이었다. 불편함을 직접 표현하기까지의 기간 느꼈던 괴로움, 공포, 무력감. 그렇게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공론화되고 있는 연극계, 정치계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막연한 기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안희정, 고은 등 일부 ‘악마’라고 선전되는 가해자를 처단하는 것만으로, 여성들의 일상 속의 고통은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정말 다양한 공간, 학교, 과실, 일터, 거리, 카페에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혐오와 범죄들이 묵인되고 있다.

묵인되는 수많은 혐오와 범죄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수많은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나쁜 가해자와 불쌍한 피해자 구도에서 공동체 안에서 여성은 자신이 당한 범죄에 대해 침묵할 수 밖에 없다. ‘말하는 게 뭐 대수라고 저렇게 어렵다고 할까’ 싶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을 되짚어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쉽게 말하진 못할 것이다. 개인의 관계 맺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피해자’라는 낙인은 자신이 일궈온 업적이나 지위는 집어삼킬 만큼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해당사자가 겪을 공동체 내 압박과 관계단절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침묵은 단지 성폭력과 성희롱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침묵’은 많은 이들에게 이상한 낌새조차 주지 않은 채 여성들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여성은 같은 시간을 일해도 63%의 임금밖에 수령 받지 못한다. 누군가는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63만 원을 받는 것이다. 노력안했다고 쉽게 이야기되는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보편의 문제이다. 여성은 언제나 돌아갈 가정이 있는 것처럼 취급된다. 언젠가는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니 취업시장에서 받는 불이익과 저임금이 사회는 당연하다 말하고 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는 지극히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자연스레 겪는 경력 단절, 그 이후의 육아 독박 굴레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불행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조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의 여성 평가절하 끊어지길

 이번 미투운동의 바람이 한국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바라본다. 그래서 직장 내 성폭력으로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아이를 낳고 직장에 권고사직 통보를 받는 일상적인 문화가, 경력단절 후 불안정한 일자리로 취직하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평가절하의 악순환이 이제는 끊어지길 소망한다. 여성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경험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보편의 문제로 모아냈을 때 우리들은 무엇이든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소영<페미니즘 동아리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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