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6월도 마지막 줄에 들어섰다. 그 사이 북미정상회담, 지방선거와 같은 거대 이슈들이 사람들의 삶을 스쳐갔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녹색당 두 여성후보의 현실적인 조건을 넘어선 선전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이 사회가 애써 덮어두었던 목소리를 대변하고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세상의 설계도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그 가능성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다양한 동료시민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은 ‘정당’은 전체가 아닌 부분을 의미한다. 넓은 스펙트럼의 이념적 지향을 가진 정당들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이 사회의 민주주의도 최선의 형태를 찾아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의회의 구성은 언제나 시민들의 구성을 닮을수록 좋다. 대한민국 인구의 2%가 농민이라면 5명의 농민의원이,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150명의 여성의원이 있는 의회가 진정한 ‘의회‘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가 정당을 떠나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50대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 우리는 정치의 가능성을 신뢰하지 못한다. 더 나은 정치에 대한 상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주 토요일에 지인 몇명과 함께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다. 무려 10주년을 맞이한 행사였다. 그러나 49주년을 맞은 시카고 프라이드행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한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그동안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분명히 존재했지만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오지 못했다. 그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했다. 정치의 장에서 처음으로 그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꺼낸건 촛불집회로 마련된 대통령 선거에 나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었다. 그의 ‘1분발언’은 한국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게 했다. 정치는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는 일이다. 지방선거를 스쳐보낸 청년으로서, 나는 이 사회의 정치가 다양한 시민들의 구성처럼 다양한 빛깔로 다채롭게 빛나기를 원한다. 이 사회의 정치가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호명하고 끝내 그들의 운명에 개입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김동규 <광주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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