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월 9일 인도의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박근혜 게이트 재판 이후 이 부회장의 첫 공식 행보가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된 셈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국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통상적인 ‘외교 활동’이라고 밝혔지만 재판도 끝나지 않은 기업 총수를 대통령이 만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친화적인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벌개혁과 경제정의를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수출주의 조건에 따른, 제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었다. 소득주도성장 역시 수출주도 경제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진단에 기반한다.

▲문재인 정부 소득성장 난관 봉착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상징은 단연 최저임금 1만 원이었다. 최저임금에 근접한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은 한국 고용구조 속에서 임금인상을 통해 가계소득 증대를 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기반한 정책들은 현장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18년 1분기 통계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 1년이 지난 현재 하위 20%의 소득이 되레 줄어들었다. 이는 임금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의 사업장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소득감소가 급격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식비·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포함시키는 정책을 통과시켰다. 이는 기존에는 최저임금과 별개로 받던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킴으로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사업주가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수출에 크게 의지하고 내수가 미약한 한국의 상황에서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야 한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혁신성장 문재인 정부는 8개 핵심 선도 산업(빅데이터,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을 선정했고, 정부가 나서서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을 결정했다.

 특히 재벌과 조응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대기업이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선업·반도체 등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진입장벽이 높은 주력산업들이 대부분 재벌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신성장동력 역시 재벌을 우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벌들은 소득주도성장에 우려와 불신의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혁신성장 기조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재벌들은 규제만 완화된다면 혁신성장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잘 발전하고, 수출 제조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한다. 그러나 제조업 위기를 낳은 한국경제의 조건은 다시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은 중심부 국가의 산업을 ‘따라잡기 성장’ 해온 국가다. 그 결과 기술경쟁력이 낮고,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은 한국이 ‘따라잡기’ 할 산업조차도 보이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이상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한국이 세계 자본주의를 선도할 새로운 산업을 정부 정책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을까?

▲혁신성장 역시 공허한 메아리

 일시적인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있다. 그 원인은 기존 수출을 견인하던 제조업이 성장과 고용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응으로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있으나, 소득주도성장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대통령 역시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혁신성장은 실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세계적인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은 실업으로 눈칫밥 먹고, 중장년은 빚 져서 먹고사는 사회다. 한국경제의 위기라는 문제에 대한 정부와 재벌의 답이 공허한 혁신성장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혁신성장, 세계를 뒤흔들 신산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새로운 대안을 상상할 힘을 기를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소영<2018 반신자유주의 선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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