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중단된 진보의 길, 완성의 책임 되새기는 계기”

▲ 지난 7월23일 정의당 광주시당사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광주분향소.
 한 사람의 죽음이 미치는 범위로 죽음을 구분하자면 하나는 개인적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죽음이 있을 것이다. 한 집의 누군가가 죽었다면 그의 죽음은 그의 가족 안에서만 경험되는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순직한 소방관이라면 그의 죽음은 그가 속한 직장 혹은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확장된 사건이 될 것이다. 만일 죽은 이가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이라면, 혹은 그의 삶과 죽음이 사회적으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면 그의 죽음은 사회적 차원의 죽음이 될 것이다. 최근 사망한 고 노회찬 의원이 그런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죽음은 탄생과 더불어 우리의 주변에 항상 있어온 일이지만 우리는 죽음을 부정하는 것 이외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배우지 못했고, 숙고하지 못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세월호 참사 등 반복되는 충격적인 죽음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차원에서 그러한 사건을 어떻게 각자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행동할지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다.

 과거에 죽음은 금기의 대상이었다. 죽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자제되었고, 특히 타고난 수명을 다하지 못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 기억하는 것은 자제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족에게 “이제 그만 잊어.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라는 말을 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잊혀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 애도상담에서 고인을 슬퍼하는 행위는 종결될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은 유족들의 삶과 함께 끝까지 지속된다. 고인의 죽음은 긍정적인 형태로 혹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통합된 형태로 유족들의 기억에 함께 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내에 애도에 대한 이론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시민들은 자생적으로 “잊지 않을게요!”라는 말을 대표적 문구로 사용하였다. 잊지 않겠다는 선언은, 기억을 유지하겠다는 흐름은 세월호를 거쳐,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까지 이르고 있다. 그들의 죽음을 경험한 시민은 유족 자신이 되었다. 우리는 유족처럼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날까지 그들의 삶과 죽음을 계속해서 곱씹고, 자신의 삶과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 계속된 질문과 답을 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애도이며, 매우 정상적인 애도과정이다.

 일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위로와 안타까움이 아닌 자살이라는 형태로 띄었기에 무책임하다거나, 그의 잘못을 덮으려는 수단이라며 비난한다. 그들의 비난은 어쩌면 자살이라는 형태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비난은 두 정치인이 지향하던 가치에 대한 극단적이며, 무조건적 반대와 혐오 때문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의 죽음의 방식을 부정함으로서 그들의 삶과 가치를 부정하고 싶은 것이리라. 필자는 두 정치인의 죽음이 단지 수사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 또는 진보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완벽주의 때문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들의 죽음은 가장으로서, 특정 정당의 대표자로서 가지는 최종적 책임을 완결하려는 용기였다고 본다. 그들은 그들 한 사람의 일로 인해 자신이 속한 정당, 진영, 이념이 함께 후퇴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회피적 죽음이 아닌 이타적이며, 책임감이 부여된 죽음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노회찬 그리고 세월호 사망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집단적 애도행위를 보면 국민들이 그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명령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고 본다. 그들의 죽음이 단순히 회피적이고 충동적인 죽음이었다면 그 어느 누가 그들의 죽음을 그토록 안타까워하고 애도를 하겠는가? 국민들은 그들의 죽음이 미완이며, 사회발전의 일시적 중단이기에 그 완성의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한다는 의지, 숙제를 지니게 되었다. 그들의 죽음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그 사회가 더 진보하게 되었던 역사적 맥락 안에 크게 위치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느 덧 우리도 모르게 그들의 죽음을 통해 영원히 죽지 않을 희망의 씨앗이 우리들의 마음에 심었는지 모른다. (필자는 오늘의 글쓰기를 통해 고 노회찬의원에 대한 애도를 시민들과 함께 해본다.)
정의석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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