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간순간 ‘대학생’ 이후의 삶을 고민한다. 어떤 직종에 흥미를 느끼는지, 해당직업군으로 가기 위해 자신이 갖춰야하는 요건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더하여 쉽게 낙오자 딱지가 붙는 사회에서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처럼 14년 전, 스튜어디스라는 꿈을 안고 취직한 280여명 여성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지상의 스튜어디스’를 뽑는다는 공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이 ‘해고자’가 되기까지 KTX 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철도청은 2004년 KTX 개통을 앞두고‘지상의 스튜어디스’를 뽑는다며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당시 ‘1년 계약직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무원 수준의 후생복지와 정년 보장’을 약속했다.

안정된 직종에 대한 선망으로 승무원들은 당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지만 140만 원의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2년을 버텨냈다. 그러나 철도청은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하청업체를 자회사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리며 약속을 어겼다.

이에 항의하자 계약 만료를 핑계로 여승무원을 모두 해고시키기에 이른다. 대법원은 끝내 여성의 편이 아닌 철도청의 편을 들었는데, 이유는 ‘여성은 안전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그 뿐이었다.

▲“여성은 안전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KTX 해고승무원 문제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승무원의 첫째 업무는 승객 안전관리이고 서비스 업무는 그 다음이다. 승무원들이 객차를 돌아다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승객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들은 정규직 남성인 열차 팀장의 업무와 거의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승무원의 업무를 단순·반복과 서비스 관리로 한정하여 남성 정규직 관리자와 여성 비정규직으로 업무 체제를 나누었다.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이 여성 노동의 가치를 끌어내리고 부차화했다. KTX 승무원 문제는 여성노동이 저평가됨으로 인한 비정규직 확산의 상징일 것이다.

 여성노동의 부차화는 비단 KTX 사례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정책들을 수용하고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여기서 여성은 우선적인 정리해고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 사내부부 여성사원 약 700여 명을 정리 해고한 농협이다. 경기불황시기에 여성이 일차적 해고대상이 되는 것은 당장에 저임금노동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이해와 상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고된 여성 노동자가 전보다 더 낮은 임금, 불리한 조건의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되었다는 점에서 결코 기업의 이해와 충돌한 것은 아니었다. 해고된 여성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노동의 불안정화 양상이 본격화되었다.

 KTX 승무원들의 문제는 외주화, 간접고용으로 대표되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의 신호탄이자 여성노동에 대한 주변화 및 평가절하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안이다.

KTX 승무지부가 자신들의 부당한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문제제기하고 투쟁을 벌이는 것은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저지하고 여성노동에 대한 주변화에 맞서온 것과 마찬가지다.

 해고 여승무원들은 비정규직과 여성에 대한 이중 차별을 상징하는 쇠사슬을 감고 국회를 향해 행진했지만 경찰에 막혔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재판 결과가 대법원에서 뒤집어지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매주 서울역 앞에서 선전전으로 시민들에게 문제를 알리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해고노동자들의 묵묵한 투쟁과 함께 12년이 흘렀다.

 드디어 지난 7월 코레일은 5차례 교섭 과정을 거쳐 KTX 해고 승무원 18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합의했다. 2006월 5월19일 정규직 전환과 코레일 본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280명이 해고된 지 12년만이었다.

▲KTX 여성노동자와 팩트가 함께한 순간들

 한국사회는 만연한 성차별은 여성 노동의 가치를 끌어내리고 부차화하기를 늘 상 당연하게 여긴다. 반찬 값 벌러나온 사람들이니까, 언젠가는 양육문제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테니까 고정적이고 전통적인 이야기들은 아직 우리 주변을 맴돈다.

 그런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2017년 11월, 팩트는 KTX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했다. 서울역 선전전에서 시민들에게 코레일의 비정상적인 업무체계와 고용방식을 알려냈다.

‘여성은 안전업무를 담당하지 않으니까’는 ktx 투쟁에만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잔존하는 많은 화살들은 여성노동자들을 향한다. 결혼과 동시에 경력단절을 고민해야하는 사회, 출산과 육아 이후 원직복귀가 어려워 저임금 비정규직으로의 채용이 당연시 되는 사회. 그런 사회라면, 이제 균열을 만들어 가자.

12년간 많은 학생들이 ktx 해고투쟁에 함께해 온 것처럼, 청년학생들이 만들어 갈 수 있는 세상을 함께 꿈꿔가자!
소영<페미니즘 동아리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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