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서야 민주와 인권의 성지에서 성소수자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는 10월 21일의 5·18 민주광장은 무지개빛으로 발광하는 축제의 장이다. 비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듯, 광주에도, 그리고 그 어디에도 우리들이 있음이 당당하게 드러날 것이다. 다양한 빛깔들이 함께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는 이 사회가 추구해야할 새로운 지향점이다. 5·18 민주광장에 걸려 바람에 나부낄 무지개 깃발은 사랑에는 우열이 없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선언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주퀴어문화축제를 두고 혐오와 배제의 발언들을 종교의 이름으로 쏟아내고 있다. 광주기독교 교단협의회 문희성 목사는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축제를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전통적 가치관에 반한다”며 “가정과 사회를 지키기 위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두 광주향교 부정교 역시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퀴어문화축제)를 광주에서 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일부 종교세력이 무지한 혐오발언을 남발하고 심지어는 정당한 축제를 방해하는 광기를 표출하고 있다. 종교는 본래 한자어로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종교가 그저 이러한 류의 어리석음의 극한으로 표상될 때, 이들이 아무리 축제를 방해하려고 해도 도도한 시대의 흐름 속에 소멸할 세력임을 절감한다. 모든 차별주의자들의 최후가 그러했듯, 이들의 이름은 영원한 죽음 앞에서 역사의 오명으로 남겨질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동료시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에이섹슈얼, 인터섹슈얼, 퀘스쳐너리. 출생과 동시에 두가지 성으로 모든 인간을 규정해버리는 이 숨막히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성소수자’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망설임 없이 고민하는 날이 오면, ‘퀴어’는 모든 인간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될 것이다. 광주퀴어문화축제는 그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한걸음이다. 1980년 5월 27일. 외로운 섬, 광주의 새벽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온몸으로 자신들을 대신해 싸워줄 것을 호소했다. 그들의 이름으로 세상은 한단계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민주, 인권, 평화의 세상을 향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10월 21일. 우리들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그런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제 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곳은 서로의 존재를 서로 축하하는 자리다. 혐오와 차별없는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자.
김동규 <광주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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