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울음소리가 그치기 전, 서릿발이 돋았다. 무주와 설악이 영하로 내려가 첫 얼음발이 섰다는 소식이 왔다. 다른 해보다 길었던 폭염으로 시달렸던 도시민들은 짧은 가을이 너무 낯설어 했다. 갑자기 닥쳐온 아침과 저녁의 이른 추위는, 건강한 젊은이들도 밭은기침을 동반한 심한 고뿔에 걸리게 했다. 이렇게 불시에 찾아드는 환절기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노약자들을 힘들게 하는 불가항력의 공포가 되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의 계절들의 경계마저도 무너뜨리고 광기의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 같다. 끝날 것 같지 않아 무섭기까지 했던 긴 폭염에, 올해는 엄동설한이 짝해서 찾아오리라 예측을 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을의 맑고 푸른 날들을 지우고 올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철모르는 인간들이 저지른 일들이 원인이 되어 닥쳐올 결과물들은 그 폐해를 감히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에 그 도끼가 발등을 찍지 않는다고 단 꿀을 짜내서 핥고 있는 꼴이다.

 지난 말, 회원들을 가입시키고 있는데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시민단체의 중견 활동가의 고민을 나누었다. 그 고민을 듣다가, 나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끝에 문득 들었던 것이 ‘자명하다’라는 말이었다.

광주 공동체 결실 공유하는 자리

 ‘자명(自明)하다’는 ‘진실하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참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아가면, 그 끝에 무엇을 만나고, 보고, 경험할 것인지 알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회원으로 가입했던 이들도 함께 힘을 모아 모색해볼 무언가가 있어 귀한 마음을 냈던 것일 것이고, 그 회원들의 마음을 받아 안고 다양한 활동과 길잡이를 했던 활동가들도 뜻한 바가 있어 활동을 해왔을 터. 그 접점을 곰곰이 살펴보면 ‘자명하다’라는 말에 부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회원들과 활동가들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첫마음’을 생각할 수만 있다면 고민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각기 자신들의 존재감들을 깨닫게 하는 시간들이 시민운동을 더 성숙하게 해줄 것 같다.

 하늘 맑은 10월에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는, ‘푸른광주의 날’ 주간 행사를 광주 일원에서 펼친다. 그동안 창립기념일 즈음해서 매년 ‘푸른광주의 날’을 열어, 한 해 동안 펼쳐온 광주공동체의 결실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올해에도 10년을 맞는 마을만들기와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의 성과물들이 풍성하다. 더구나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하는 5차의제 실천사업의 노력들이 돋보일 것이다. 창립 이후, 매 5년마다 광주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의제를 수립하고, 실천하며, 평가해 오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해 행사주간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2015년에 협의회 20주년에 맞춰했던 ‘지속가능발전 광주 비전선언’에 이어, ‘광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30 선언을 이용섭 광주시장을 모시고 하게 된 것이다.

 2015년 9월 UN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지향하고 이루어야할 목표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각 나라가 이 목표를 이행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표와 평가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우리의 삶의 터전인 광주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책임임이 자명하다.

 광주는 대한민국의 민관협력 거버넌스 모델로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2016년에는 협의회 명칭을 ‘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변경하면서 과거 환경 중심의 활동에서 지속가능발전의 3대 축인 환경, 경제,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발전에 한걸음 더 나가가는 체계를 구축했다.

‘광주 지속가능발전목표 2030’ 선포

 ‘광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30 선포식’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저력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선도적으로 2015년 12월 ‘광주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2016년 2월 광주의 시민·기업·행정이 함께 ‘유엔 SDGs 이행을 위한 5차의제(2017~2021)’를 만들어 함께 실천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을 위해 광주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함께 만들 것을 논의해 왔다. 수많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기업, 행정 및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그 결과 17개 목표, 66개 세부목표, 104개 지표를 설정했다. 광주가 100년을 내다보는 지속가능한 도시, 시민들이 원하는 푸른 광주의 꿈을 체계적으로 꿔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선포식 이후에는 우리 공동의 목표를 계속 되새기며, 행정은 정책과제로, 기업은 경영전략으로, 시민은 생활 속의 실천으로 녹여내야 한다. 단순히 우리가 자랑스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한 단계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광주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세상은, 우리 모두가 합의하고 선택한 ‘광주 지속가능발전목표 2030’의 이행을 통해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지극한 마음을 내어 ‘지속가능한 도시, 푸른 광주의 꿈’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시민 각자가 자신 삶터에서 실천으로 응답을 하는 살맛나는 희망찬 광주를 불러본다.
김경일<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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