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할까’ 두려움에 막힌 ‘협력’

 1인 상담실을 차린 지인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여자 혼자서 일한다는 것을 염려한 친구들은 ‘안전’을 위해 파출소와 핫 라인을 설치하든가, CCTV를 설치하라며 걱정을 한다. ‘혼자’있는 여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고 가끔 정신과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한다. 그녀에 따르면 사람들은 ‘선한 의도’를 갖고 사람을 대하면 상대방도 그에 맞게 선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둑이나 강도의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상담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은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 싫다고 한다.
 
▲ 선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행동할까?
 
 당신은 어떤가. 만일 있을 지도 모를 사건, 이를테면 불특정한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해할 수 도 있으니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사회면 보도에 따르면 길을 지나가다 ‘묻지마’식의 폭행을 당하거나 ‘혐오’로 인한 범죄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실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니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호루라기나 전기충격기 등과 같은 호신용 무기를 구입하고 누군가와 함께 다녀야 하며 집에는 방범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상황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경찰 혹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즉각 연락할 수 있어야 하고, 가족 중의 누군가는 항상 내가 움직이는 동선을 알고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그러나 이렇게 준비 한다고 해서 불행한 피해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러한 준비가 미흡하다면. 아마도 불안과 두려움으로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어떤 것에 더 신뢰를 느끼는가. 만일 당신이 전자에 더 믿음을 갖는다면 새삼스럽게 자신의 안전을 위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있고, 후자라면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고 얼마간의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렇듯 자신 이외의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도 고생하고, 돈도 많이 들면서 효과는 의문인 학원을 보낼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만일’ 내 아이만 학원에 가지 않으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은 안하고 싶지만, 남들은 다 해서 결국 내 아이만 ‘불리’해 질지도 모른다고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니 ‘엄마 친구 딸은’이라며 잔소리를 하고, ‘옆집 아이는 벌써 고1’이라는 선수학습 광고에 자극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이와 부모가 피곤하지 않게 사는 것은 서로 서로 믿고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될 것 같은데.

 이렇듯 서로 믿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선의를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여 불리한 결과를 맞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는 두 명의 범죄자가 체포되어 왔으나 증거부족으로 범죄를 입증하기 어려워 자백을 유도한다. 둘이 자백하지 않으면 두 명 모두 6개월만 복역하고, 반면에 둘 다 자백을 하면 2년으로 감형, 한명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나머지 한명이 자백하는 경우 자백한 사람은 풀려난다. 이럴 때 죄수들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상대방의 선의를 믿지 못하면 벌어지는 일들
 
 최선의 선택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배신할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배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는 건 아닐지. 다른 사람과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면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불행과 불이익, 불운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 교차로에서 녹색신호를 받고 건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만일 신호를 무시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신호를 믿고 길을 건넌다. 다른 사람도 신호등의 지시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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