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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금호 vs 호반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채정희
기사 게재일 : 2019-01-18 06:05:03
 글로벌 경제 시대에 기업의 연고지가 뭐 중요할까마는, 한때는 지역 발전 속도가 연고기업의 성쇠와 무관치 않아 보이기도 했다. 근대화 이후 호남의 낙후는 정치(권력)적 배제로 인함이 분명하지만, 그 ‘배제’의 수단으로 기능한 게 기업(투자)이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의 연고지라는 게 굳이 따지자면 창업주의 고향일텐데, 이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호남을 대표해온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라고 할 수 있을 테다.

 한때는 재계 서열 7위까지 성공한 이 기업이 휘청한 게 2009년. 주력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자금난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에 들어간 때다. 이들 기업의 지배권은 금호 창업주 일가인 박삼구 회장을 떠나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시장에선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했는데, 2006년 대우건설·2008년 대한통운 인수와 그 뒷감당 실패가 몰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이었다.

 절치부심, 금호가 다시 기력을 회복한 건 금호산업의 경영권은 되찾은 2015년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는 끝내 되찾지 못했다. 2017년 금호의 인수 포기 선언, 이듬해 금호타이어는 중국 자본인 더블스타로 매각됐다.

 금호가 이같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을 때, 승승장구하며 호남의 맹주로 떠오른 곳이 호반건설이다. 2017년 대기업집단 지정은 이같은 입지의 대내외적인 ‘공인’으로 충분했다.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어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그해 우리나라에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은 57개였다.

▲호남 연고 기업들 자존심 대결사

 호반의 성장은 금호의 쇠퇴와 맞물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 광주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광주상의 회장 선거도 그 중 하나다. 당시 상의 회장 선거는 박흥석 현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간 2파전 양상이었다. 세간에선 이를 금호와 호반간 대리전으로 바라봤다. 금호가 박흥석 회장을 지원했다는 것인데, 결국 이 대결의 승자는 호반 김상열 회장이었다.

 호남의 맹주를 자임해왔던 금호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이후 금호에 대한 호반의 도전은 노골적(?)이었다. 워크아웃 졸업 무렵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박삼구 회장과 경쟁하고, 금호가 감당못해 시장에 나온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자로 낙점되기도 했다. 이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이 드러나면서 인수를 철회했지만, 지역민들에게 호반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각인시켜준 계기가 된 건 분명하다.

 최근 몇몇 사례를 보면 호반은 안되는 일이 없었다.

 2015년 호반건설 계열 KBC가 제출한 광천동 48층 신사옥 및 주상복합건물 건축이 광주시 심의를 통과했다. 교통체증 해소 대책을 요구하며 광주시가 반려한 사업인데, KBC가 광주시정 비판 보도를 잇따라 쏟아내는 시기와 맞물려 심의가 이뤄져 의구심이 컸다. “호반의 방송 사유화”라는 논란을 남긴 건데, 어찌됐든 호반으로선 원하는 바를 얻어낸 셈이었다.

 어등산관광단지 조성 사업자인 호반이 광주도시공사와 실시협약 실무협상에서 관철시키려고 애쓴 레지던스호텔 건립도 성사될 분위기다. “레지던스 호텔의 특성상 분양받아 개인별장처럼 사용할 수 있어 공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지역사회의 우려지만, 도시공사는 일정 조건을 붙여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오랜 시간 협상을 끌어온 호반의 전략적 승리로 읽힌다,

 압권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사업 대상 중 하나인 중앙공원의 우선협상자 변경이다. 여기도 주인공은 호반이다. 중앙공원 2지구인데, 광주시 공모에 호반건설과 금호산업이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최초 선정된 사업자는 금호산업이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광주시 특정감사가 실시되고, 제안서 모집 공고·제안서 평가상 문제가 있었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뒤짚혔다. 호반이 부활하고 금호가 탈락한 것이다. 최초 탈락시 호반이 그랬듯, 이번엔 금호가 이의 제기를 하고 나섰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탈락한 업체는 법정까지 끌고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호사가들은 이 사안이 이제 돈의 문제가 아닌 양 기업간 자존심 대결이 됐다고 말한다. 최근에 만난 광주시 한 공무원도 이렇게 말을 보탰다. ‘왜 하필 금호와 호반이 맞붙어서….” 심판도 괴롭다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결국 중요한 건 공원을 지켜내는 것

 두 고래가 싸우는 형국, 등이 터져도 지들 상처이지 싶었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니 ‘새우’들이 걱정이다.

 기업은 사업 하나를 포기하면 되는 거지만, 새우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은 광주지역 최대 규모인 중앙공원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다툼이 법정으로 비화되고, 사업이 표류해 1년 6개월을 넘기게 되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2000년 7월 기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공원은 2020년 7월까지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하지 않을 경우, 공원 지정이 일괄 해제된다. 이렇게 되면 토지 소유주 뜻대로 개발이 가능하다. 광주시가 현재 진행중인 민간개발방식은 이같은 한계를 우회하는 전략인데, ‘30% 개발 허용·70% 공원 조성 강제’라는 가이드라인이 핵심이다. 하지만 일몰제 도래 후엔 이같은 공적 통제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 해서 “기업들은 민간공원 사업 무산을 반길 것”이라는 해석이 억지스럽지 않다. 이미 충분한 부지를 확보해놨다면, 1년 6개월만 버티면 공적 의무없이 더 큰 개발 사업을 펼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금호·호반 간 고래 싸움 구경에 정신 팔려 있을 때가 아니다. 어쩌면 더 치열한 싸움은 기업식 개발에 맞서 공원을 지켜내야 하는 새우들의 몫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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