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청년복지예산의 상당부분은 서울에 위치한 남도학숙에 투입된다. 호남출신의 학생들이 함께 지내는 기숙사다. 지역인재 양성기관이 서울에 위치한 것은 서울중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4년 5월, 이곳 남도학숙에서 직장 내 권위관계에 의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A씨는 직장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정신적 충격과 공포감을 호소하며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국가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 근로복지공단 등의 국가기관들은 A씨의 주장이 정당함을 일관되게 인정하였다. 특히 지난 2017년 7월, 근로복지공단은 남도학숙 사건으로 인해 A씨가 겪어야 했던 신경정신과질환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남도학숙 측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A씨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인정한 산업재해를 국가기관이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최초의 사례가 되어버렸다. 사실상 국가기관이 2차 가해에 가담한 셈이다. 지성들의 보금자리라는 슬로건은 남도학숙에게는 과분한 구호다.

 최근 들어, 남도학숙의 사례와 같은, 공적책임을 가진 자들의 무책임함을 더 자주 접하는것 같다. 얼마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계정안 등에 대한 집단 반발로 개학 연기를 강행했다. 이들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 등이 사유재산에 대한 자율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3월 4일 개학에 맞추어 실제로 개학을 연기했으나 교육부의 강경대응과 학부모들의 분노에 굴복하여 하루를 넘기기 전에 백기를 들었다. 이들은 유치원을 유아교육이라는 엄중한 사회적 책임의 장이 아닌 자신들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남도학숙과 한유총의 모습에서 스스로가 있는 자리에서 잊지말아야 할 책임감에 대해 생각한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면 이익만이 그것을 대체하게 된다. 언제나 경계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공적인 책임들이 무책임하게 방기된 곳에는 언제나 무거운 댓가가 따른다.
김동규<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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