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를 하다 오른쪽 사이드 미러가 전봇대에 몇 조각으로 부서졌다. 후진 주차 중에 엑셀을 조금 세게 밟았는데 ‘우드득’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사이드미러가 깨졌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자차사고를 치는 중이었다. ‘삼재’가 들었나,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라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좁은 공간에 무리하게 차를 넣으려 한 선택이 원망스러웠고, 사이드 미러가 걸린다는 것을 알고도 정신은 어디다 두고 ‘돈’들어갈 일을 만든 것인가 하는 자책감도 느껴졌다.

토요일이라 정비업소에 바로 차를 보내지도 못하고, 돌아갈 때 차선 변경은 또 어떻게 해야지, 시간 내서 정비소에 갈 일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하다.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심난한 마음이다.

 신병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이병을 만날 일이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저에게 좋을까’라고 되묻는다.

그에 따르면 입대 후부터 가족들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마다 보고싶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커지는데 만나 볼 수는 없어서 힘들고, 그런 마음이 들 때 마다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만 ‘피하기’를 한다고 해서 그런 마음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마찬가지란다. 보고 싶다는 마음을 인정하는 것과 이것을 억누르는 것 중 어떤 것이 군 생활에 도움이 될까?
 
▲보고싶은 마음 인정하기, 억누르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좋게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까, 생각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인지치료자들은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고 보는데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하루가 지나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떠오르는가 아니면 바쁜가 보다라고 여기는가. 전자라면 나쁜 기분이 들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후자라면 궁금한 안부를 다시 물을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하지도 않는다. 상황을 ‘무시당했다’ 거나 ‘바빠서’처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생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로 경험하는 정서가 달라질 수 있다면, 편하게 바빠서라고 여기고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친구의 행동 동기가 나를 피하려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심리적 건강’은 스트레스가 없고 원하지 않는 기분이나 생각, 신체적 감각, 기억, 행동 경향성이 없는 상태로 본다. 스트레스, 분노나 짜증, 두려움이나 공포, 우울감이나 무기력 등과 같은 불편한 기분, 통증이나 불행했던 과거 기억 등은 해롭고 안전하지 못하며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러한 것들은 적게 경험하는 것이 좋고, 이것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바꾸려 하거나 경험을 회피하려 애쓰게 된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 생기니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 하거나 생각이 들어도 억지로 참고 눌러버리는 것은 생각을 피하는 데 쓰는 흔한 방법이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한 것들이 멈추거나 사라지는가.

 지금부터 작은 실험을 한번 해보자. 잠시 두 눈을 감고 있으면서 ‘흰 곰’만 빼고 어떤 생각을 해도 좋다. 다만 ‘흰 곰’은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이렇게 2분 정도 지내보자. 어떤가? 단 한 번도 흰 곰을 떠올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대단한 의지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흰 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면, 그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자체로 유해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생각을 왜 하면 안 되는지 생각하다보면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할지도 모른다.

의도적으로 어떤 것들을 억제하려 하면 역설적으로 이를 더 증가시킨다. 많은 심리치료 이론에서 심리적 건강을 해치고 정신과적 어려움을 만드는 것은 ‘경험을 피하려 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현실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는…
 
 그러니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을 하겠다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거나 혹은 피하려 하지 말자. 사이드 미러가 부주의로 고장이 났고, 수리비로 일주일 용돈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장은 짜증도 나고 부정적인 생각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불쾌한 기분과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필요하지 않고 의외의 상황에서 끝날 수도 있으며 못견딜 만큼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글쓰기를 대충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차에 다가 갔을 때 눈을 의심했다. 깨진 백미러를 누군가 빨간 테잎으로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삼재부터 재수 없는 날, 온갖 걱정으로 마음에 생채기가 났는데 누군가가 그 상처에 빨간약을 발라준 느낌이었다. 생각은 여러 걱정으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실제 고쳐진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러니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너무 좋게 혹은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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