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0월 1일,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땅과 땀의 전쟁에서 승자는 땀이 되어야 합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 119명이 다주택자인 현실을 언급하며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보다 불로소득을 창출하는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적 질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땅과 땀의 전쟁’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한 문장으로 집약해낸 절묘한 표현이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할 때, 지대를 활용하여 마르지 않는 이윤을 보장받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그는 결국 사퇴문을 발표하고 대변인실을 떠났다. 그에게 맹공을 펼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그가 구매했다는 건물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다. 땅과 땀의 전쟁에서 땅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이 운운하는 도덕성과 공공성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집과 땅을 소유하고 그것이 만들어주는 구조를 욕망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문제다. 시장의 결정에 몸을 맡겨온 ‘땅’은 들끓는 다수의 욕망에 의해 몸집을 불려왔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지금의 청년세대의 다수는 자력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주 느낀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불확실성을 해소해온 전통적인 방식에는 언제나 땅과 땀의 해결책이 포함되어 왔다. 한국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제시한 해답은 부동산이라는 땅의 해답이었다.

 이 사회는 더 존중받는 노동이라는 땀의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명이 지속하는 한, 땀은 무한하지만 땅은 유한하다. 이제 땅의 주인들은 정해져있다. 청년들은 기성의 질서가 형성해둔 벽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부동산은 어차피 오른다”는 신화는 부모의 조력 없이는 넘을 수 없는 절망을 창조했다. 시장의 결정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결정과 더 존중받는 노동이 아니라면 이 벽은 넘을 수 없다.
김동규 <광주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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