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막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일주일여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진 국내외의 관심이 부족해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대회 유치부터 준비까지 파란만장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니 안타까울 지경이다. 어찌보면 개최 자체가 기적이라 할만한 ‘고난’에 기반하고 있는 대회가 현재의 광주수영선수권이다.

 6년전인 2013년 7월 19일이 시작이었다, 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올인하고 있던 광주시가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날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날 ‘(수영대회 유치전에 나선)광주시가 국무총리 명의 공문서를 위조했다’면서 강운태 시장 고발 방침을 밝혔다.

FINA(세계수영연맹)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총회를 열고 있었고, 2019년 대회 개최지 발표를 5시간여 앞둔 때였다. 총회에서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준비중이던 광주시는 고국에서 날아든 고발장에 망연자실했다.
 
▲유치 과정 공문서 위조 등 파란
 
 “광주시가 2012년 10월 FINA에 제출한 유치 의향서에 ‘한국 정부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서류에 정부 승인 없이 당시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인을 위조했다”는 게 정부 발표였다.

광주시는 “유치과정에서 초안의 잘못을 바로잡았고, 그 뒤 제출한 중간·최종본에선 원본 그대로 송부해 평가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치권을 따냈지만, 이 파동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정부 예산 지원 불가’였다. 유치 과정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킨 문체부는 실제 예산 지원 철회 방침을 노골화했다.

 묵직한 한 방, 광주수영대회는 출발부터 환호보다 원성이 컸다. 위기 탈출이 쉽지 않았던 건, 이 대회가 단순 스포츠행사를 넘어 정쟁의 볼모가 돼버린 현실 상황도 한몫했다.

 “문체부가 공문서위조 사실을 올해(2012년) 4월에 알았음에도 즉각 조치하지 않고, 대회유치 발표 당일 검찰 고발을 발표했다. 이러한 배경이 호남과 민주당 단체장을 흠집 내 호남을 고립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략이라면 단호하게 투쟁할 것을 밝힌다. ”당시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냈던 논평의 일부다.

 유치 성공 환호는 잠시, 이젠 예산 확보라는 더 큰 난제에 봉착했다. 정부 지원없이 대회를 치를 순 없는 일이었다.

 강운태 전 시장에 이어 취임한 윤장현 시장이 “광주시 자체 예산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게 2015년 11월이다. 이 발언은 “광주시가 수영대회 개최를 재검토할 것”이라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개최권 반납”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방증이다. 당시까지도 정부는 광주시가 요청한 세계수영대회 예산을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세계수영대회 조직위원회 출범을 위한 출연금·운영비 명목으로 문체부가 반영한 15억 원도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할 정도였다.

 족쇄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북 참가 불발 등 ‘흥행’ 요인 떨어져
 
 천신만고, 난제를 해결한 광주시 앞에 주어진 다음 과제는 대회 흥행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공들인 게 북한 선수단 참가 유도였다.

마침 정세는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 북측 선수·응원단이 참가하면서 한반도에 훈풍이 완연했던 시절. 평창올림픽은 ‘북한 이슈’만으로 대회 흥행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라는 양적·질적 성공을 거둔 대회로 평가됐다.

평창 이듬해인 2019년 열리는 광주 대회가 이 대목을 놓칠 리 없었다. 광주수영대회 주제인 ‘Dive In to Peace’엔 ‘평창 시즌2’에 갈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국가적으로도 광주대회의 이같은 성과를 지원할 명분이 충분했다. 정부와 민주당, 광주시 등이 모두 나서 북한 참가를 타진하고 요청했다.

잇따른 남북정상회담, 북미간 대화가 진행되면서 이같은 바람은 현실화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2월 북-미 베트남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수차례 구애에도 북측은 끝내 반응하지 않았다.

 “언제든 오기만 하면 환영”이라며 기한없이 문을 열어둔 광주시의 애정 공세가 애처로울 정도. 그렇게 간절했던 ‘카드’가 무산된 채 2019광주세계수영대회는 막이 올랐다.

 유치 과정·준비 단계만 보면 그 어느 대회보다 드라마틱했던 게 광주수영선수권이다.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른 드라마는 흥행 기대난이다. 주연 부재, 단조로운 시나리오, 시청자 무관심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광주수영대회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지난한 유치과정을 서술함은 드라마의 배경지식을 제공함이다. 흥행에 도움이 됐으면 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막이 오른 대회, 세계적인 기록 경기를 ‘직관’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리고 이번 주말부턴 수영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영 종목이 본격화된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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