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듣고 가끔 출연도 했던 ‘정치하자’ 팟캐스트 방송이 있다. 이 방송의 지난주 주제가 ‘민선 8기 광주광역시의회 1년 평가’였다. 정당인, 시의회 시민 모니터링단이 출연해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 시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방송 중에 패널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 지역구 의원들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한 패널이 준비해온 소위 ‘일’ 잘한 의원 랭킹 발표에 관심이 쏠렸다.

 그 패널이 제시한 성실한 의정활동 평가 잣대를 1 의원실 주최 정책토론회 2 시정 질의 3 현안 5분 발언으로 보고 발언 혹은 개최 횟수별로 점수를 매기는 양적 평가방식이었다. 결과는 총 23명의 의원 중 상위 5위 안에 든 의원은 모두 초선의원이자 4명이 여성의원이었다.

민선 8기 시의회는 8명이라는 역대 최다 여성의원이 당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결국 시민들이 여성의원들을 많이 당선시킨 결과는 매우 ‘잘한 일’이었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지금 광주는 어떤가? 21대 총선은 촛불 2탄으로 청와대를 바꾼 시민들의 힘으로 이번에는 국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선거가 치러진 20대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정당비례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비례대표제 도입 후 비율이 조금 높아졌다.

 광주지역 8개 지역구 중 현역 국회의원 중 여성은 단 1명(12.5%)이다. 뉴욕대 유혜영 교수는 시사in 기고문에서 ‘정치에서도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지 않으면 많은 정책과 사회적 변화가 그만큼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체로 우리 사회는 여성 정치인 수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은 인식하면서도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원인을 분석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일에는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바로잡는 노력이 부족했을 때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그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 차별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아쉽게도 2020년 21대 총선에 지역구로 출마하겠다는 여성 입지자가 많지 않다. 얼마 전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내에서도 내년 총선에 ‘지역구 30% 이상 여성 공천’ 요구가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데 당 지도부는 ‘노력은 하겠지만’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지역구 여성 30% 이상 공천은 ‘해도 되고 말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당헌에 명시된 ‘의무규정’이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사람이 정치인이 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가 여성의 정치 진출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여성 정치인을 차별하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국회에서 ‘일’ 잘하는 여성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백희정<광주로 지역공공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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