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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꼬집기]수능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를 허하라!
김재옥
기사 게재일 : 2019-10-14 06:05:02
 수능은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공신력있는 고사로서 모든 고사의 롤모델이다. 수능고사장을 향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출퇴근 시간의 조정, 듣기 평가를 위해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변경할 정도로 전국민적 관심사로 치러진다. 하지만 매번 수능 대학수학능력평가의 본질적인 문제제기로부터 수능원서 비용을 학생이 부담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남긴다.
 
▲올해도 수능 행정은 그대로인가?

 지난 10월5일, 전교조를 비롯해 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전국 2만9000여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수능감독 개선을 요구하였다.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이다. 시험장에 키높이 의자를 배치할 것, 감독교사를 더 뽑아 2교대로 배치할 것, 수능감독 관리에 대학도 적극 참여할 것 등이다.

 수능을 전후로 수능감독 차출과 이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으며 정부는 수능시험관리에 대한 부담을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상황에서 수능 감독부담 경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요구가 처음이 아니며 몇 년째 반복되어 왔는데도 올해도 아무런 개선조치가 없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 떠넘기기는 여전하고 변명은 더 늘었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고사감독관이 키높이 의자에 앉으면 감독이 느슨해질 수 있고 의자 옆 학생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내놓았다. 키높이 의자란 서있을 때의 감독관 눈높이를 기준으로 그 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의자의 받침부분이 높게 설계된 특수 의자를 말한다. 즉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감독관의 눈높이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하체까지 부동자세로 서 있을 필요가 없으니 불편한 자세에서 오는 몸의 피로도를 낮추어 오히려 감독의 집중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테니스 심판이 앉도록 되어있다고 심판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노동에 대한 댓가로 보수를 지불받았으니 어떤 노동 조건이라도 감내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더구나 차출된 노동에서 말이다.
 
▲탁상행정가의 변명

 의자 옆 학생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어차피 감독관은 시험지 배부 등의 역할이 끝나면 고사장 정면과 후면의 한 장소에 고정적으로 서있기 때문이다. 고사 전날 소집해 진행하는 감독관 유의사항 안내 때 발자국소리 뿐만 아니라 옷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방해요소가 된다는 점 등을 들어 한자리에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어차피 감독관이 서있던 자리에 키높이 의자를 두는 것인데 갑자기 새로운 부담이 생겨난다는 것은 탁상행정가가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수능 감독관 숫자에 대한 살펴 보자.

 수능감독관을 2교대로 하자는 말에 대뜸 감독관이 2배수로 필요하다고 핑계를 대는 것도 억지이다. 감독관을 2교대로 하면 당연히 감독관 수는 늘어난다. 하지만 감독관 중에는 고사본부, 회수 시험지와 답안지를 점검 팀, 복도 감독관 등 교실에서 실제 감독을 하지 않는 인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모두가 2배수로 있어야한다는 것은 과장이다. 또한 오전 오후 감독으로 나누어 체력적 부담을 줄이면 교사들의 불만도 그나마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증원될 수능감독에 대학교원도 포함하자는 대안도 제시하는 것이다. 원래 수능은 대학이 주관해야 한다. 수시든 정시든 대학을 가는 방법 중 하나인데 수시는 대학이 주관하고 정시는 대학이 나몰라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각급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교원은 법령상 유·초·중·고 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적용된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수능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 당연히 대학 교원도 수능감독에 함께 해야한다. 참여 폭과 범위 논의는 뒤로 미뤄두더라도 현재처럼 호주머니에 손 넣고 구경하는 방식은 바꾸어야 한다.

 해마다 10월이면 중·고등학교에 수능감독관을 추천하라는 공문이 온다. 교사들은 ‘올해 우리학교는 또 몇 명 차출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공문에 추천이라 쓰여있지만 차출이라 읽는다. 기피대상이기 때문이다. 기피의 핵심 이유는 과도한 책임 부담이다. 고사장에서 고사감독관은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매뉴얼에 의해 순서대로 진행한다. 고사 유의사항 안내, 응시자 및 소지품 점검, 각종 서명 날인 및 시험지와 답안지 배부 등 고사장 입실 후 주요 활동이 끝나면 정/부 감독관은 교실 앞쪽 중앙과 뒤쪽으로 나뉘어 시험감독에 들어간다. 이때부터가 진짜 감독이 시작된다. 사소한 민원이라도 발생하면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책임도 막중하다.
 
▲부당한 노동요구에 부당하다 말해야

 고사감독관은 매뉴얼에 의한 시험장 관리 뿐만 아니라 고사장의 수험생을 의식해 숨소리조차 신경 쓴다. 발자국 소리나 옷 부스럭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는 물론 방귀나 트림, 꼬르륵 소리마저 통제하려 노력한다. 냄새에 민감한 수험생이 있을 수 있으니 향수나 스킨조차 의식해야 하고, 햇볕이 강하면 커튼 높이를 조절하는 등 잔뜩 민감해진 학생들을 배려해 신경이 곤두선 채 10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다음날 쯤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확인되어야 비로소 수능감독의 굴레에서 해방된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한다. 수능 전날 감독관 예비소집으로부터 감독시간까지 합치면 13시간 정도에 13만 원 정도 받는다. 시급 1만 원에 감당할 책임과 부담이 너무 크다. 그리고 설령 그것조차 남들 눈에 배불러 보여도 부당한 건 부당하다 말해야 하지 않은가?
김재옥<전교조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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