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개념 내재화·행동화 적기

▲ 지난 10월5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모습. ⓒ오마이뉴스 이희훈.
 검찰 개혁의 소임을 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던 조국 전 장관이 퇴임하고, 그를 둘러싼 검찰의 겁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 다소 암담하지만, 검찰개혁의 흐름은 윤석렬을 중심으로 한 검찰, 보수언론과 정치인의 계략과 정치공학만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사회적 변화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 예상을 벗어난 퇴보가 발생하더라도 역행적 흐름 자체가 대세는 아니다. 그 방향성은 인간이 스스로의 권익을 최대한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단지 한 국가에 제한된 것은 아니며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사회적 변화를 특정한 한 개인이나 조직이 그 흐름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가치관에 내재화되었을 때는 더욱 거스를 수 없는 큰 힘이 된다.

 한국의 민주화는 4·19, 5·18 등 중요한 혁명들의 역할이 컸다. 독재정권의 정치적 유지를 차단하고, 보다 민주적인 행태의 정치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일상에서의 민주화, 체감할 수 있는 민주화, 제도적으로 안착된 민주화 등을 이끌지는 못했다. 이는 국민들이 문화와 교육 등으로 민주주의를 체화된 수준까지 내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교과서와 언론, 법률, 정치제도 등에서 민주주의를 언급하고 실행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실행은 일종의 문명의 전환이고, 수십 년 사이에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국가적 이슈들을 살펴보면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내재화되고, 그것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적 정당, 조직들의 시도들이 번번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은 그들의 의도, 방식 등을 짐작하고, 예측하면서 그들의 주장과 행위를 적극적으로 거부,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이 크다. 그는 타협을 몰랐고, 지는 게임이라는 것을, 그 결과 자신이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도전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도전 자체가 민주주의를 일시적으로 퇴행시키고, 그것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할지라도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명박, 박근혜의 약 10년의 퇴행적 시기가 지나고,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퇴진을 거치면서 그가 바라보고 도전했던 비전을 국민들은 비로소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우상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했던 노동정책, 경제정책 등 일부는 분명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했던 권력의 분산이라는 명제는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검찰이 국민의 시선을 무시하고 조국 전 장과의 아내, 아들과 딸, 부모와 형제 그리고 그들과 연관된 거의 모든 기관들을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급기야는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단지 한 개인의 죄를 밝히고 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검찰은 자신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시도하려는 대상이었던 그 어떤 사람, 조직도 결코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공포감을 조장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사권, 기소권이 가지는 권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휘몰아치고 있다. 마치 그들이 법 자체인양 망상에 빠져있다. 그들은 법이란 국민들의 자유, 인권, 행복에 대한 의지가 만들어낸, 그 어떤 한 개인이나 조직의 손에 잡혀있지 않는 신성한 절대정신임을 모르는 듯하다. 그들 또한 법 아래에 순종해야 하는 겸손하고 무력한 존재임을 잊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광란의 폭주가 가장 강력한 지금의 위기가 국민들에게는 민주주의를 진일보 시킬 기회이다. 그들은 그들의 조직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국회위원 그리고 일반 국민까지 위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매일 생생하게 자기폭로하고 있지 않은가!

 내년에 다가올 총선은 고 노회찬 의원이 그토록 소망했던 대한민국 정치지도를 바꿀 새로운 선거제 아래 치러져야 한다. 그것은 단지 몇 명의 진보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며, 진보정당을 단체교섭권을 가진 영향력 있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게는 검찰의 개혁이며,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을 역사의 무대에서 밀어내는 권력의 전환이자 진정한 민주주의 확립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정의석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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