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물어 팔랑산 숲길을 오르니 소나무숲이 산불로 인해 벌거숭이다.
 숲바닥은 산초나무·찔레꽃·수리딸기·꾸지뽕나무 등 출석도 부르지 않았건만 가시가 달린 풀들만 나와 길을 가로 막고 선다.
 행여 뱀이 나올까, 지네가 나올까 불안감 때문에 가는 마음이 가시밭길이다.
 드디어 정상부근에 도착하니 청명한 가을하늘에 온몸 가득 흔들어대는 억새꽃을 만났다.
 억새는 벼과의 다년초 식물로 산이나 들에 자라는데, 높이는 1~2m로 잎은 가늘고 길며 딱딱한 잔 톱니가 있다. 9월이면 자주빛을 띤 황갈색의 이삭으로 된 꽃을 피우며 줄기와 잎은 지붕을 올리는데 쓰인다.
 그런데 가끔 억새와 갈대를 혼동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월출산국립공원 휴식년제 구간인 무위사 억새밭 안내표지판에는 아직도 갈대밭이라는 표시가 있다. 현재는 출입금지라 안내표지판을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억새를 갈대라고 혼동한 것이다.
 갈대와 억새는 같은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비슷해 보이지만 다소 다른 면이 있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자생지, 즉 자라는 장소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만 자라고, 억새는 산이나 들판에서 자란다. 따라서 물가에서 보는 것이 갈대이고, 산이나 들판에서 보는 것이 억새다. 갈대는 해발 400m 이상엔 거의 없기 때문에 산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억새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억새의 이삭은 백색에 가까워 가지런하게 보인 반면 갈대는 갈색이면서 뭉쳐나온다.
 억새의 뿌리가 굵고 옆으로 퍼져나가는데 비해 갈대는 뿌리 옆에 수염같은 잔뿌리가 많다.
 억새의 열매는 익어도 반쯤 고개를 숙이지만 갈대는 벼처럼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혼란스러운 것은 달뿌리풀. 그러나 갈대와 억새처럼 구분이 어렵지는 않다.
 물가에 자라는 달뿌리풀은 키가 갈대와 비슷하지만 뿌리에서 막 나온 줄기에 털이 있다.
 그리고 이삭이 나와서 고개를 숙이면 첫 번째 이삭과 마지막에 나온 이삭의 길이가 비슷하여 갈대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가을날, 언제 한번 산으로 물가로 가시지요?
김영선<생태해설가·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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