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섶에 이는 바람소리도 아름다운 이 가을에 <광주 풀꽃나무>의 연재를 끝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2년6개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만큼 44개의 앞산뒷산을 누비며 그 숲에 깃든 생명들을 눈마중하면서 보낸 귀한 만남들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
특히 일상 속의 생태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숲에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문화생태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희망을 꿈꾸게 해주었다.
광주의 행정지도를 들여다 보며 서구 12개, 남구 9개, 광산구 8개, 동구 7개 등 총 44개 숲의 이름과 풀꽃들을 불러보니 그 행복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짜릿하다.
서구는 행정상 남구·광산구·동구·북구로 에워싸고 있는 도시구역이나, 풍암산의 풍암저수지·백석산의 운천저수지·백마산의 전평제와 습지 등 숲과 물이 풍부했다. 이 지역에서는 수련·연꽃·갯버들·고마리 등 물에 사는 풀꽃들을 자주 만난 곳으로 총 12개의 숲을 가지고 있었다.
남구는 무등산 자락으로 이어진 산등성이로 가장 건강한 숲임을 알게 해주는 양림산의 개서어나무·제석산의 소쩍새를 만난 행복한 지역으로 총 9개의 숲이 있었다.
동구는 말할 것도 없이 무등산을 시작으로 바랑산의 부처손, 새인봉에서 만난 새해 해돋이 경관, 그리고 깃대봉에서 아기 업고 산책나온 외국인 아빠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기억하게 하는 곳으로 총 7개의 숲이 있었다.
광산구는 행정구역상 가장 면적이 넓은 만큼 숲도 넉넉했다.
관절통을 앓고 있는 사람도 편안히 갈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어등산 숲길에서 만난 다람쥐·직박구리는 봄숲을 요란하게 알려주고, 석문산은 숲인지 돌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기암괴석이 널려 있다. 갑자기 용이 승천할 듯 기암괴석이 우뚝 선 용진산은 다시 한번 올라가고 싶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8개의 숲이 자리잡고 있는 광산구는 편안한 마음으로 숲길을 올라 풀꽃생명들을 들여다보며 여유부리기에 딱 좋다.
마지막으로 북구는 총 8개의 숲이 있는 곳으로 무등산 자락을 따라 군왕봉의 소나무·매곡산의 매화향 가득한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고, 한눈에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운암산의 경관은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론 도시숲인 광주의 숲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것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채마밭으로 인한 민둥산, 식생이 양호한 곳에 주변머리 파듯 학교건물이 들어서고 건물이 하나둘씩 들여서면서 점점 없어져 가는 녹지공간은 안타까움을 넘어 서글퍼진다.
모든 시민이 쾌적하고 살아 숨쉬는 자연환경속에서 여유있고 건강한 삶의 질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도시숲이 살아야 함을 지난 2년간, 광주의 앞산뒷산을 다니면서 절실하게 느낀 소감을 필하면서 광주의 풀꽃나무 연재를 마친다. 김영선 <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 대표·생태해설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