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성희롱 여전히 심각

 `발표할 때 여학생은 빨갛고 짧은 치마를 입어야 제격’ `방금 발표한 여학생 목소리에 교태가 넘쳐 좋았다’ `나에게 면담하러 올 때 화장하고 향수도 뿌리고 오라.’ 지난 5월 “교수에 의한 성희롱 발언이 빈발하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고려대 사범대 학생회가 제시했던 문제의 발언들이다. 93년 서울대 우조교 사건을 계기로 대학 내 성희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교수와 학생 간, 또 학생 서로간의 성희롱 발언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남녀 학생에게 듣는다
 학생들이 직접 느끼는 대학내 실태는 어떨까? 조선대학교 행정복지학부 4학년 나세홍(26·남)씨와 같은 학교 영문학과 1학년 최영아(20)씨의 증언이다.
 “남자 선배들이 여자 후배들에게 `너 얼굴이나 몸매가 그래서 어쩔래? 안타깝다’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해요. 친밀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여성을 `외모 중심’으로 평가하는 의식이 깔려 있는 거죠.”
 최씨의 문제제기를 나씨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남성들만 모여 있는 군대의 집단문화를 통해 이런 사고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 나씨의 진단.
 최씨는 “어렸을 때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 얼굴·몸매 기준으로 해서 1등부터 몇 등까지 순위 나열하잖아요”라며 어렸을 때부터 체화된 비뚤어진 이성관을 지적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불평등과 `남성은 능력과 돈, 여성은 외모’라는 왜곡된 가치가 지속되면서 성희롱 발언들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대학 내 성희롱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남성 중심의 교수진, 교수가 학생 위에 군림하는 문화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한 남자 교수는 여학생들이 제일 앞줄에 미니스커트 입고 앉으면 점수 잘 주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그래요.” 최씨의 증언은 구체성을 띠고 있었다.
 “요즘엔 공무원 시험 많이 준비하잖아요. 교수들이 여학생들 보고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쁘면 시집은 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애들은 공부해야지’라고요.”
 교육인적자원부는 `여자가 많으면 경쟁력이 떨어져’ `열심히 가르쳐도 여자는 시집가면 쓸 데 없지’ 등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차이를 얘기하며 비하하는 발언도 성희롱 범주에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 성교육이라고 받은 게 생식기와 관련된 것뿐이잖아요.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가르쳐주는 교육이 정말 필요할 것 같아요. 또 대학내 교수와 학생간, 남녀간 평등 문화를 만드는 대안도 모색되어야 합니다.” 최씨와 나씨가 입을 모아 말하는 희망사항이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