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노동자들](중) 시청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속옷시위·삼보일배·단식…안해본 것 없어”

▲ 투쟁을 중단했던 시청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지단달 29일 시청 앞 미관광장에서 첫 집회를 가졌다.

 “우린 곧 다시 시청사에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곧 300일이다. 시청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길위에서 보낸 시간이다. 오는 27일 시청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300일 촛불집회를 연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 300일 동안 `별것’을 다 경험했다. 노조를 만든 이후부터다.

 “속옷시위도 해봤고, 강제로 끌려나오고. 단식도 해봤지. 3보1배도 해봤지.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도 받고 법원에서 우편물도 받아보고…화도 났어. 왜 이 고생을 하는지….”

 10월 안에 시청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광주시가 전향적인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음에 따라 해고노동자들은 다시 길위에 설 수 밖에 없다.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몇 명 있다. 수입도 끊긴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미 몇년전부터 예정된 내몰림이었다. 이들의 집단 해고사태는 광주시가 청소업무를 외주 용역화 함으로써 예고됐었다. 지난 2004년 7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상시적 해고 위험에 대한 대책마련을 광주시에 요구했다. 광주시는 당시에도 제3자이므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005년 당시 용역업체는   계약만료를 이유로 노조원들에게 일방적 해고통보를 했다가 반발에 부딪혔었다. 그리고 다시 2007년 3월 이번에는 광주시가 계약만료를 이유로 용역업체를 바꿨다. 이들로선 2년여 동안 두 번의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계약만료니 뭐니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광주시로부터 쫓겨난 것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다. 시청사 안에 노동조합이 활동하는 것을 두고 못 보는 것이다.”

 박광태 시장은 이미 “민주노총은 없어져야 하는 조직이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해고 노동자들이 광주시가 제시하는 다른 기관으로의 분산 배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분산배치는 곧 시청사 안에 노조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를 왜 만들었냐고? 우린 시청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인 줄 알고 들어왔어. 그런데 용역업체라는 것이 있는 거야. `용역’이란 말도 그 때 처음 알았어. 하루 13시간, 15시간 씩 일하기도 했어. 그 만큼 일을 해도 월급은 70만~80만원이고. 너무 힘들어서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 그 땐 노조가 뭔지도 몰랐어. 아무 생각없이 노조를 만들었는데 이렇게까지 탄압할 줄은 몰랐어”

 노조를 만들고 나서 노동시간이 여덟시간으로 줄었다. 폭언도 많이 사라졌다. 길거리로 쫓겨나도 노조 결성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잘못된 세상의 실체를 뼈저리게 확인했을 뿐이다.

 “언젠가 사람들을 따라 서울 집회를 간 적이 있어. 그런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야.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처음 봤어.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거야. 충격을 받았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시청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길 위에서 본 세상은 그러했다.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에게 법은 임금보다 더 큰 벌금을 물렸다. 법을 이유로 길위로 몰아내고 법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 길위의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다. 비정규직의 싸움이 제도와 법과 마찰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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