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길 만들 수 있나?]<상>열악한 보행환경

▲ 폭도 좁은데다 그나마 각종 시설물이 점령하고 있는 서구 상무지구의 한 보도. 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길을 통해 만남이 있고 소통이 있다. 길은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런데 그 길들이 걷기에 안전하고 편안하고 쾌적한가.

 구도심은 물론 새로 택지개발을 통해 들어선 신도심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주거지 주변 보도들은 폭도 좁을 뿐만 아니라 각종 시설물들이 즐비하다. 가로수 또한 녹음을 제대로 선사해주지 못한다. 이는 길을 조성할 때부터 자동차에 맞춰 도시계획이 이뤄지기 때문.  보행환경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걷고 싶고 편안한 거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대안을 찾아본다.


 14일 상무지구 공동주택 밀집지역. 주변에 라인대주아파트, 금호3차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는 비둘기로(편도 2차선). 보도 폭은 2.5m 정도로 그리 넓지 않다. 아파트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보도는 그나마 상가들이 없어 상황은 나은 편. 도로 맞은편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은 복잡하다. 상가에서 내놓은 각종 물건들이 보도까지 나와 있고 각종 입간판, 분전함, 곳곳에 박아 놓은 볼라드 등이 즐비해 온 신경을 쓰면서 걸어가야 하는 여건이다. 이런 곳은 보도에 있는 가로수마저 불편하고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돼 버린다.

 이유미(36)씨는 “학생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데 보도 폭이 자전거와 사람이 같이 다니기에는 좁아 위험하다”며 “횡단보도도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에 설치돼 있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주택가를 지나 만나게 되는 상무역 근처 시청로(편도 4차선). 보도가 4m 정도로 넓다. 가로수도 두 줄로 심어져 있고 꽃 화단도 조성돼 있다. 한 쪽에는 자전거전용도로도 마련돼 있다. 일단 보도 폭이 넓어 나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이 곳은 주택가 인근처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은 아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왜 주택가 밀집 지역 보도는 좁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의 보도가 더 넓은 것일까? 보도를 도로의 한 시설로 봐 그 최소폭이 도로의 폭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 지침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도로폭이 25m (편도 3차선 이상) 이상인 간선도로의 경우 보도의 최소폭은 3m이고, 주택가 지역 도로, 즉 20m 미만의 국지도로의 보도 최소폭은 1.5m로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 원활한 차량 흐름에 맞춰 도시계획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일상적인 보행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보도 체계다.”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의 지적이다.

 구도심 뿐만 아니라 신도심도 보행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특히 신도심의 경우 고밀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밀집돼 저층 주택 위주인 구도심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

 첨단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라인1차 아파트 쪽은 보행이 불편하다고 상시적으로 민원이 들어오는 곳 중의 한 곳이다.

 광산구청 도로관리계 관계자는 “상점에서 물건 내놓고 노점상도 있고 가로수 사이사이에 자전거도 세워 놓고 해서 통행하기 불편하다고 민원이 많이 들어 온다. 보행환경이 엉망이라고 탁상행정했다고 주민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시 도시계획과 이기수 계장은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계획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새로운 택지개발 지역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며 “문제는 기존 시가지인데 여건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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