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로 가는 광주]<4> 오월역사기행

▲ 지난 9일 첨단지구 `화려한 휴가’ 세트장에서 오월역사기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계엄군으로 분장한 자원봉사자들에 맞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아이들이 외쳤다.

“숙제가 너무 많아요.”

“학원수업이 너무 많아요.”

“광우병은 무서워요.”

그들 앞엔 군복차림의 계엄군들이 곤봉과 총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아이들은 미리 준비한 종이비행기를 계엄군들을 향해 날렸고, 계엄군들은 이를 피하기 바빴다.

지난 9일 북구 오룡동 ‘화려한 휴가’ 영화 촬영 세트장. 이미 오월의 새로운 명소가 된 이곳에 오월역사기행단의 두번째 팀인 어린이 기행단 140여 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첫번째 기행지였던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의 역사에 대해 듣고, 곧바로 이곳으로 옮겨 왔다.

항쟁의 거리가 고스란히 재현돼 있는 세트장이다 보니, 아이들은 세트장 도착과 함께 자연스레 시민군이 됐다.

28년 전 이 거리의 시민들을 억압했던 게 계엄군의 총칼이었다면, 지금 아이들은 과외와 숙제와 광우병 공포라는 새로운 억압에 맞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행사위 관계자는 “오월 항쟁의 정신계승은 참배와 기념식에 머물지 않고 오늘 현실 속에서 생생하게 살려야 한다”며 “아이들과 어른들 각각 특성에 맞는 오월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계엄군 역할을 맡은 이들 역시 학생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행사위에서 마련해준 군복이 헐렁하지만, 스펀지로 만든 곤봉을 들고 예비군 모자까지 쓰니 제법 계엄군티가 난다.

김서지(16·봉산중 3년) 학생은 “학교에서 봉사활동 안내를 듣고 재밌겠다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다”며 “5·18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와 같은 반 친구로 함께 계엄군 역할에 나선 정고운(16) 학생은 “5·18은 ‘국민의 아우성’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군사정권을 향해 투쟁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이날 역사기행에는 주최측이 초청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도 함께 했다.

오월역사기행단에 따르면, 전체 2500여 명의 신청자들 가운데 첫날인 이 날 기행단 참가자는 420명. 이들은 모두 네 팀으로 나뉘어 각 기행지를 순회하며 오월 역사를 체험했다. 옛 전남도청에서 주먹밥을 만들면서 시작된 역사기행은, 이곳 ‘화려한 휴가’ 세트장에서 계엄군과 밀고 밀리는 싸움 끝에 포승줄로 묶인 채 5·18자유공원의 상무대 영창으로 이동한다. 80년 당시 영창에서 벌어진 폭행과 군사재판을 경험하면, 그 다음 기행지는 오월 영령들이 묻힌 망월 묘역이다. 수많은 묘지를 돌아보며 그날의 처참함을 느낀 뒤, 마지막으로 다시 옛 전남도청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수료식을 끝으로 오열 역사기행은 마감된다.

이번 오월역사기행은 석가탄신일인 12일에도 계속되고 오는 17·18일 영남지역이나 일본 참가자들이 함께 하면서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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