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춘향’의 영화는 어디로
전성기 때는 나무전거리 지나 철길까지 줄서

▲ 근처 고층건물에서 내려다 본 계림극장 일대모습. 극장이 문 닫자 주변 상권도 문 닫은 곳이 하나 둘 이어졌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 미즈프라자 도로 건너편. 올망졸망한 가게들 틈바구니로 쑥 들어가나 싶은 곳에 계림극장이 있다.

2000년대 초까지 상영작을 내걸었을 간판에는, 대형영화 포스터 대신 빛바랜 페인트로 ‘내부수리중’이라는 글자만 덩그렇다.

60년대 광주지역 재개봉관들 가운데 흥행성적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지만, 최근 동명동 재개발계획에 포함되면서 이제 이곳도 역사 뒤편으로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 있다.

박선홍씨의 ‘광주1백년’에 따르면, 계림극장 건물은 1953년 들어섰다.

하지만 ‘광주의 극장문화사’의 저자 위경혜씨에 따르면, 극장의 출발은 1958년이다.

계림극장의 탄생시기에 대해선 극장 인근 터줏대감들도 “계림극장은 태평극장(1957년) 다음으로 생겼다”고 기억하고 있다.

당시 행정구역상 동구 동명동 2구 243번지의 토지 소유자였던 장인섭과 장호승이 공동으로 3000만원의 자본금을 투자해 설립했다고 한다. 개관당시 입장 정원수는 800석으로 알려졌다.

2001년 가을에 건물 경매와 함께 휴관을 했으니 극장 기원을 1958년으로 보면, 적어도 43년을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지상 3층인 이 건물은 전면부는 리모델링 덕에 커튼월 방식으로 유리와 돌을 붙여 현대식 건물인듯 보이나, 측면과 후면 그리고 슬레이트 지붕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주 출입구는 기둥으로 필로티를 형성해 매표소를 설치했으며, 외벽은 붉은 벽돌로 마감했다. 











 ▲ 영화 상영작 간판이 내걸렸던 자리엔 `내부수리중’글씨만 남았다.



지금도 인근 미즈플라자 고층에서 내려다보면 공장모양의 옛 붉은 벽돌 모습이 드러난다. 이와 함께 지붕 상부에는 기다랗게 이어진 이른바 까치지붕이 보이는데, 실내 환기를 위한 장치다.

극장건물 입구쪽에서 전업사를 하고 있는 김성관(63)씨는 나름대로 계림극장사를 꿰뚫고 있다.

어려서부터 줄곧 극장 주변에서 살아왔다는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곳에서 상영된 첫 영화를 ‘순정의 문을 열어라’로 기억한다.

그가 소개한 계림극장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일제 때 고물상으로 돈을 번 장인섭씨가 해방 후 시유지인 동정시장(동명시장)을 불하받았어요. 대인시장도 없던 시절인데, 그 자리를 밀어내고는 2년 반 동안 주변에 담만 쳐놓고 사업궁리를 하는 거예요. 그때 지나가는 주민들이 한마디씩 하고 다녔죠. ‘뭐가 들어설라고 이런다냐, 극장이 생긴다던데, 뭔 극장? 계림이라데?’등등. 결국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극장 이름을 붙여준거죠.”

김씨는 10대부터 계림극장에서 일을 했다. 영사1급자격증을 따서 32세까지 영사기사로 일을 했다고 한다. 한창 전성기였다.

지금도 성춘향과 장희빈 등 당시 대히트를 했던 영화를 기억한다. 특히 60년대초 전국적으로 성춘향(신상옥 감독, 최은희 주연)과 춘향전(홍성기 감독, 김지미 주연) 두 편이 경쟁이 붙었는데, 계림극장에선 성춘향을 상영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때는 지금의 대인시장 앞부터 나무전거리를 돌아 철길에 이르는 골목까지 ‘성춘향’을 보려고 줄을 섰다”고 회상한다.

계림극장에는 극장관리업무를 맡는 ‘기도’에 대한 얘기도 전해온다. 이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배정해 그 시간대의 입장료 수익을 떼어주었다고 한다.

계림극장 얘기에선 현재 한미쇼핑 자리에 1962년 들어섰던 시민관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단층짜리 건물로 개관당시 1200석을 보유했다고 하는데, 1983년 폐관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계림극장은 1975년 뉴계림극장으로 상호도 바꾸고, 개봉관으로 등급이 조정되기도 했다. 이어 80년대 후반엔 내부 시설도 개조하는 등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려 몸부림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변화된 영화산업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었고, 리모델링 등을 위한 자금대출 등으로 자금압박을 겪은 끝에 2001년 9월 법원의 경매가 시작된다. 올1월까지 경매와 매매를 반복한 끝에, 현재 광주의 한 부동산업체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 계림극장일대가 동명1구역 재개발 사업계획에 포함됐다”며 “그동안 다른 방법으로 활용해볼 계획도 구상해봤지만, 광주의 여건이 허락치 않았고 결국 재개발 사업추진에 따라 철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기자 jajuy@gj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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