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수목들·목조 건물
근대 유산 보존 서둘러야

▲ 일제시대 목조건물이 아직도 건재하다.

젊은 남녀가 유유히 공장 정문으로 걸어들어 오더란다. “어머 공원인 줄 알았어요.” 출입을 제지당한 그들의 변명이었다. 70여 년을 이어온 방직공장 곳곳엔 아름드리 나무들이 솟아 있다. 도심 어느 곳에 조성돼 있는 공원들 보다 녹음이 짙다.

공장 안 뿐만 아니다. 바깥쪽 담장이나 도로가도 우람하고 울창한 식생이다.

역사를 따져보면 이 일대에 조성된 숲의 시초는 방직공장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림촌이라 했다. 광주읍성 북문 밖 도로변에 조성된 버드나무 울창했던 동네여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숲의 기원을 정확히 알려 주는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광주천이 용봉천과 합류되는 두물머리 지점인 이 곳에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고, 그 제방 위에 나무를 심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어 왔다.

하지만 그 울창했던 숲은 차츰차츰 사라지고 있다.

방직공장 부지 중 옛 전남고 자리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공장 곳곳에도 병원·자동차매매단지 등이 들어오면서 옛 모습을 훼손하고 있다.

광주의 재산이 분명한 만큼, 남아 있는 숲이라도 더 훼손하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켜야 할 것은 또 있다.











 ▲ 숲 울창한 전방 내부.



전방 내엔 1935년 세워진 목조건축물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한 건물이지만, 전방과 일신방직이 분리벽을 쌓아 인위적으로 나뉜 공간이다.

전방 측에선 생산2과, 일신방직측에선 생산1팀이 사용하고 있다.

전방 생산부 문주룡 차장은 “재료가 목재여서 습도나 온도조절 효과가 뛰어나고, 천장이 창문구조여서 자연채광이 탁월해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서 “튼튼하고 과학적이어서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축을 전공하는 이들이 답사코스로 삼고 자주 견학을 오고 있는 이곳을 광주의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림동 산동교 인근에도 방직공장의 옛 흔적이 남아 있다. 극락강에서 공업용수를 끌어왔던 양수장이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폐쇄된 이 공간엔 관리인 사택만 남아 있다. 일제시대 양식의 건물인데, 장소적 의미와 역사를 설명해주는 안내가 없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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