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아이들 없는 그날까지”
결식아동·독거노인에 하루 2500개 도시락·반찬 배달

▲ 자미푸드 직원들은 북구지역 독거노인 등 결식 이웃에게 질 좋은 도시락을 제공하기 위해 매일 새벽 3시 출근한다. 자미푸드 도시락 공장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4일 오후 2시 북구 양산동 동신지역자활센터 내 (유)자미푸드 도시락 공장. 위생복과 위생장갑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혼자 사는 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결식아동)에게 줄 반찬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식당 안은 반찬을 준비하는 팀, 음식을 조리하는 팀, 도시락을 깨끗이 닦아 준비하는 팀, 말 그대로 분주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날 배달됐던 도시락이 수거되어 왔다. 산더미처럼 쌓인 도시락을 깨끗하게 씻어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으로 직원들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이 도시락공장이 지난해 10월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북구 양산동에 자리 잡은 ‘막 퍼주는’ 밥(반찬) 공장이다. 자미푸드는 밥과 국, 각종 반찬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배달하는 공동체다. 우리 농산물로만 만든 반찬은 신선하고 맛이 좋아 (대상자)엄마들이 좋아 한다.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빈 도시락에 넣어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보통 오전 3시에 출근한다. 밥과 반찬을 제때 배달하기 위해서다. 방학 때는 아이들 도시락 반찬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16~18시간 일을 한다.

자미푸드 고경희 대표는 “책임감이 없으면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일을 즐기면서 한다”고 말했다.

자미푸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락 사업과 출장뷔페를 전문으로 하는 번듯한 외식업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 2001년 자활사업단(두메골 도시락)으로 출발한 자미푸드는 사업 시작 9개월 만에 자활공동체로 전환했다. 지난 2006년에는 SK행복 나눔 재단에서 지원하는 결식이웃중식지원센터로 지정돼 사회적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자미푸드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기까지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공동체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에는 25명으로 시작했지만 6명만이 남았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뒤 11명을 새로 채용했다. 이들은 하루 2500개 도시락과 반찬을 만들어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에게 배달한다.

고 대표는 “자활공동체를 운영하면서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업에 응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락 배달을 하다 보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키우는 조손가정이 많다. 밥상을 펴놓고 반찬을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에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자미푸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생각이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번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가계에 보탬이 되고, 또 더불어 다 같이 잘 살아 보는 것.

기업 활동의 목표도 취약계층 지원에 두고 있다. 고용부터 그렇다. 지난 연말에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장학기금도 내놓았다.

반찬을 담당하는 기정순 씨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도 있다. 가정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엄마가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공장에서는 호칭도 언니, 동생이다. 일이 고되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6년째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새로 온 직원들이 배려와 이해 덕분에 항상 웃을 수 있다고.

북구 동신지역자활센터 박홍주 센터장은 “자미푸드는 취약계층 고용과 함께 독거노인,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반찬을 배달하는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고 있다”며 “결식아동이 없는 날까지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려움도 있다. 양질의 도시락을 생산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자활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매출은 결식아동·독거노인 도시락이 50%, 자체 외식산업이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공동체 정신으로 이겨낼 생각이다.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준비한다는 자미푸드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면 희망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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