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전문가 소통하니 `쉬리’도 돌아오다
하천 주차장 없애기 등 30회 넘는 주민설명회로 설득

▲ 전주천 상류 한벽교 주변. 인공적인 시설물들을 찾을 수가 없다. 전주천 하류까지 친수공간을 최소화하자는 원칙 아래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이 진행됐다.

광주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이 시작된 지 5년 째. 늦어도 내년까지는 사업이 모두 완료된다. 지난 5일 새물길 통수로 광주천에는 하루 14만3200 톤의 물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수질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고, 하천이라기 보다는 공원에 가깝다는 비판도 가시지 않는다.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공 모델이 그만큼 절실하게 다가온다. 다행히 광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 모델에 가까운 하천이 있다. 전주천이다. 지난 9일 전주천을 돌아봤다.

10년 전엔 오염에 강한 4종 물고기만 살았던 전주천

지난 9일 전주시청 8층에 자리잡은 전주의제21. 인천 부평구청 공무원들이 찾아와 전주천 조성 과정을 듣고 있었다. 전주천에서 하천의 미래를 찾는 이들이다.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완료 7년째지만 이런 발길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 새들의 먹이 활동이 평화롭다.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0년 4월이었다. 당시 전주천은 여느 도시처럼 둔치는 도로나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물은 하수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하천에 살고 있는 물고기는 오염에 강한 4종 밖에 없었다. 그런 하천을 살려 보겠노라고 지자체 주도로 사업이 추진됐다.

처음엔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그치지 않았다. 상류에서 보트놀이를 하고, 편의시설을 대폭 설치하고, 하류에서 유지용수를 끌어올려 상류에 방류하겠다는 식의 사업 계획은 하천의 생태계 복원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이때 대구 신천에서 사고가 터졌다. 하류의 물을 펌핑해 하천에 흘려보냈는데, 질소·인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 이후 전주시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렴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행정·전문갇시민단체·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전주천 자연형하천조성 민관공동협의회’를 구성했다.

설계부터 다시 논의됐고 물론 펌핑시설과 한벽루 보트장 설치는 취소됐다. 편의시설 또한 최소한으로 조정됐다.










 ▲ 하천 배수 등을 위한 시설물도 전주의 특색에 맞게 디자인했다.



“시설물 하나하나에 대해 논의했고, 식생만 하더라도 10여 차례 검토하고 시험식재까지 해본 뒤 설계에 반영했다.” 신진철 전주의제21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하천의 주차장을 없애는 등의 사업 계획에 주민들이 쉽게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30회가 넘는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관·NGO 등 전주천과 관계 맺은 모든 구성원들이 하천 생태계 복원이라는 가치에 합의했기에 지금의 전주천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자연 살리는 전주천 둔치

전주천은 완주군 슬치(박이뫼산)에서 발원해 전주시의 구도심을 관통해서 흐르다 만경강의 본류인 고산천과 합류하여 서해바다로 흐르는 총 연장 24.87㎞의 하천이다.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시작된 곳은 상류 한벽교. 산 아래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사이로 전주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전주천 정비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하수관거였다. 상류에 하수관거를 매설했고, 전주시 관할 구역이 아닌 완주군까지 하수관거가 매설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상류부선 이런 시도도 있었다. 하천의 선형을 사행화시켜 최대한 자연스럽게 재조성한 것. 또 여울과 소를 반복적으로 조성해 하천 정화능력을 높였다.

전주천은 1급수 지표종,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특산종 ‘쉬리’가 사는 도심하천으로도 유명하다. 4종 밖에 살지 않던 전주천에는 현재 쉬리, 참종개 등 30종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으로 상류 지역에만 서식하던 쉬리는 천 중류까지 서식지가 확대됐다. 사람이 중심이 아닌 하천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사업의 결과다.

전주천을 걷다 보면 이채로운 풍경을 만난다. 하천 둔치의 식생들은 넓고 사람이 다니는 길은 2m로 좁다. 보행로 바닥도 보도블록으로 돼 있다. 잠깐 방문하는 사람을 위함이 아닌 항상 거기 있는 자연을 배려함이다. 사람 중에선 자전거보다 보행자를 우선 배려했다. 바닥 재료가 보도블록인 이유다.

이렇듯 생태를 우선한 전주천에선 가끔 뱀이 출현하기도 한다.










 ▲ “쉬리가 돌아왔다!” 전주천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지금도 진행형인 ‘전주천’ 만들기

다른 지자체에서 전주천을 찾아오는 것은 관 주도가 아닌 민·관·전문가 등이 함께한 거버넌스(협치)를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물론 전주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끝나고 민관공동협의회가 유명무실화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강의 날을 전주에서 유치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강살리기 사례 콘테스트’ ‘국제워크숍’ ‘전주천 만경강 지킴이 학교’ ‘전주천 옛날 사진 공모전’ 등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분위기가 남고, 자료가 남고, 조직이 남은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전주 생태하천협의회’가 2007년 6월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전주천만이 아닌 삼천·만경강·아중천·건산천 등 전주의 하천·강 등이 생태하천으로 바뀌기 위한 현안들을 논의하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10여 개의 NGO단체·전문갇행정·시의원 등 27명으로 구성돼 있고, 전주의제21과 전주시 생태복원과가 공동사무국을 맡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생태하천협의회 담당 간사까지 뽑혀 보다 안정화된 조직 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여전히 하천을 유지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천이 깨끗해지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운동시설 부족,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 둔치 식생으로 인한 불편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주민들을 상대로 하천의 바람직한 모습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생태하천협의회는 올해부터 의욕적으로 하천지킴이 양성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하천의 주인은 다름 아닌 유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디더라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의하고 이해하면서 만들어지고 살아나는 전주천의 오늘이다. 광주가 배워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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