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하고 분리하면 자원 아닌 게 없다

▲ 재활용한 만큼 자원이 된다. 선별장에서 분류자들이 능숙한 솜씨로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자원재활용을 잘 하면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환경을 살리는 길이 된다. 자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면 지속가능한 도시는 남 일 뿐이기 때문이다.

 광주를 비롯 대도시의 자원재활용률은 높아봤자 60%대에 머문다. 40% 이상의 자원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재활용을 ‘공공서비스’와 ‘환경 살리기’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구리시다. 시민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자원재활용을 잘하는 지자체 ‘1순위’로 추천한 지역이다. 지난 12일 구리를 다녀왔다.

 

 자원 재활용률 83% 전국 최고

 재활용선별장은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에 있다. 광주의 재활용선별장은 대부분 시설이 영세한데 이 곳은 그렇지 않았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로 소각동, 주민편익시설, 관리동 등이 6만8466㎡(2만711평)의 부지 안에 들어서 있다.

 구리시의 자원재활용률은 83% 정도. 다른 지역의 자원재활용률보다 20% 이상 높다. 비결 중의 하나는 재활용 업체가 소각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원회수시설은 (주)삼중나비스가 위탁받아 가동중인데 선별장 운영도 이 업체가 하고 있다.

 구리시가 자원재활용하고 있는 품목은 41개 정도. 처음엔 이렇게 많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흔히 알고 있는 PET, 유리병, 철, 플라스틱 정도였고 선별장에서 일하는 인력도 8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산 같은 게 들어오면 처음엔 그냥 소각장으로 넣었습니다. 근데 발열량도 높아지고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일일이 다 분해를 하게 됐습니다.” 삼중나비스 전병종 공무팀장의 설명이다. 소각과 자원재활용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면서 자원재활용의 노하우가 생기게 됐다. ‘분리’하고 ‘분해’하다 보니 품목이 41개까지 늘어난 것. 최종 소각될 것들을 들여다보면 진짜 ‘쓰레기’밖에 없다.

 

 소각 줄이기 위해 철저한 재활용

 현재 재활용선별장에서 일하는 인력은 모두 24명. 관리·수거 등의 업무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선별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만 17명 정도 된다. 선별 인력의 정도에 따라 자원이 될 것도 쓰레기로 묻힐 수 있는 법.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일 처리하는 용량은 평균 10톤 정도로, 이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적지 않은 규모다.

 1층에서 컨베이어벨트로 품목들이 올라가면 선별자들은 능숙한 솜씨로 분류를 한다. 선별자들 주변 눈에 띄는 게 있는데 종류별 재활용품을 담아 놓는 바구니다. 기판, 마우스, 충전기, 양은, 고철, 철사, 쇠붙이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조금 더 자리를 옮겨본 곳은 PS(폴리스타이렌),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PET 등 합성수지 포장재. 일반인들 눈에는 구별하기 어려운 비슷한 합성수지 품목들도 종류별로 바구니에 담겨진다.

 한 분류자는 “버리는 게 거의 없다. 선별은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환경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별장 마당 한쪽 벽에 쌓여져 있는 마대 속에도 ‘돈 벌어 주는 쓰레기’들이 담겨 있다.

 CD 1kg에 550원, 핸드폰 4000원, 컴퓨터 기판 230원, 전선줄·마우스·시계 450원, 장난감 150원 등등. “다 돈 받고 팝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기면 쓰레기지만 분리배출해서 내놓으면 이렇게 자원이 됩니다.” 삼중나비스 김경오 계장의 설명이다.

 이곳의 자원재활용 의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리콘이 담겼던 물건이나 장난감 등의 재활용 현장이 놀랍다. 실리콘이 나오는 입구 쪽은 물품을 다 썼어도 실리콘이 남아 있다. 이곳에선 그 앞부분만 절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재활용한다.

 복합재질이 많이 섞여 있는 장난감도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실로폰은 철과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데, 선별자들은 드라이버 등 여러 기구들로 능숙하게 장난감을 분해해 종류별로 재활용한다.

 

 사업장도 되고 환경교육장도 되고

 선별장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이 있다. 광주의 재활용 선별업체들은 대부분 자원을 업체가 매각하고 이윤의 몇 %를 구청에 주는 식이지만, 이 곳은 매각을 시가 맡아서 한다. 수거와 선별 업무만 위탁을 주고 있는 셈이다.

 “품목들의 단가가 해마다 다릅니다. 품목 단가가 높으면 모르겠지만 지난해처럼 고철 가격이 바닥을 치면 개별 업체들이 감당을 못합니다. 재활용률도 떨어질 수 있구요. 시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구리시청 자원행정과 김지웅 담당자의 설명이다.

 재활용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선별장 운영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평균 들어가는 운영비가 5억 원 정도인데, 지난해엔 재활용품 단가가 높아져 적자를 면했다. 2007년만 해도 1억7000만 원의 적자를 봤던 터다.

 하지만 이런 수치상의 산법을 뛰어넘으면 공공성 측면에서는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선별장은 이윤 추구 사업장이 아닙니다.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선별률을 높이고, 재활용을 많이 할까 고민합니다. 선별장이 환경교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재활용 가능 품목이 소각되지 않고 재활용됨으로써 얻어지는 환경적인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실제는 적자가 아닌 것이죠.” 김지웅 담당자의 의미부여다. 글·사진=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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