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오염 문제 심각…정부는 숨기기 급급
일본 원전 54기·한국 23기·전세계 437기…사고는 필연
후쿠시마 청소년 어린이 갑상선 질병 35% 조사 결과

▲ 강연을 위해 광주를 찾은 일본 소설가 야마구치 이즈미 씨.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그리고 후쿠시마. 3번의 원전사고가 터졌다. 반세기가 안 되는 세월 동안 세 번의 원전이 터졌다. 이쯤되면 원전사고는 앞으로 다가올 필연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계원전은 31개국에 437기다. 한국은 23기가 운전중이다. 말 그대로 “원전은 역사의 망각 위에 불안하게 서 있다”

 우리가 쉽게 잊고 있는 역사를 환기시키며 원전 반대를 외치는 이가 있다. 일본 소설가 야마구치 이즈미 씨다. 야마구치 이즈미 씨가 23일 광주를 찾았다. ‘핵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이 주최하는 탈핵학교 강연을 위해서다. 그는 반전·반핵·반원전의 입장에서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믿고 실천한다. 그가 광주에 온 이유도 그렇다. 그는 후쿠시마의 경험을 한국의 민중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강연 전 그를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났다. 체르노빌보다 훨씬 심각한 사고였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일본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극우 보수 정권은 오히려 원전을 확대하려하고, 언론 역시 이를 잘 다루지 않는다. 국제적 여론을 만들어 가면서 일본을 압박하려 한다.”

 일본 안에서 원전은 이미 관심밖의 사안이라는 것이 아먀구치 씨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1월에도 독일 녹색당 초청으로 뒤셀도르프에서 강연을 했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중이던 노후 원전7기를 3개월 동안 정지함과 동시에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탈원전” 선언을 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나서도 일본은 지난해 총선거를 통해 자유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원전지지정책을 펴고 있고 전쟁을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모든 전쟁수단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交戰權)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며 “위기상황”이라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원전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오히려 ‘원전 제로’ 지향 방침을 백지화하는 등 원전 재가동과 유지를 꾀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이 위험하지 않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야마구치 씨가 전하는 일본의 현실은 심각했다.

 그는 “매스컴과 언론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지만 일본 내 방사능 오염은 심각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후쿠시마에 사는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 3만8114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질병을 조사한 결과 35.11%가 증상이 있었다. 원래 갑상선 질병의 청소년 유병률은 0.8%이하다. 상황이 이런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키나와 어린이들을 후쿠시마에 초대해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선전을 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 음식물의 유통도 심각하다. 오염된 음식이 선별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돌아다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반식품에 관한 방사능 수치는 100베크렐까지 올렸다.100베크렐은 사고 전에는 방사성폐기물을 매립하는 기준치다.그리고 방사성 폐기물 배립 기준치는 사고이후 8000베크렐, 즉 80배로 올렸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4호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4호기의 경우 사고가 나고 수습이 안될 경우 제2차세계대전 이후 여러나라에서 행해진 핵실험을 다 합한 정도의 사고가 나게 된다.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동일본 지진 이후 크고 작은 지진이 잦다. 또 한번 지진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4호기는 더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과 증설 시도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야마구치 씨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찾았다.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그리고 히로시마 원폭이 있었다. 그후 과거 청산 없이 전후 사회가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미국이 말하는대로 이뤄졌다. 원폭을 경험한 일본이 전후 오히려 핵에너지를 산업 효율의 관점에서만 보고 성장의 수단으로 추구했다. 한국에 죄송스럽고 미안할 뿐이다.”

 한국정부 역시 원자력을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한다. 한국의 원전 수는 23기이고 지척에는 영광원전이 있다. 이즈미 씨에게 원전을 포기하지 않는 한국정부와 한국의 민중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정부는 늘 바뀌니까요. 공통의 위치와 입장에 있는 한국 민중들과 핵의 위험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원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세계의 민중들에게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온다. ‘탈핵’은 지금 당장 직면한 우리 문제라는 이야기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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