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열사 기념사업회 부설 ‘들불학당’ 사업단 출범
70년대 야학처럼 ‘일방’아닌 쌍방향 소통 중시

▲ `들불학당사업단’ 구성원들.
 광주·전남지역 최초의 노동야학이었고, 70년대 말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주민운동의 불을 지폈으며 광주민중항쟁의 한복판에서 타올랐던 들불 야학. 들불야학의 강학들은 광주민중항쟁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각종 ‘지하유인물’과 ‘투사회보’ 발행해, 언론이 외면한 항쟁의 실상을 알렸고, 항쟁 지도부에의 참여를 통해 온몸으로 광주민중항쟁의 중심에 섰다. 들불야학의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은 야학 현장에서 함께 모여 상호간의 모순을 자각하게 되고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그 모순된 현실을 실천으로 바꿔보려 했다. 그 힘이 광주민중항쟁의 저력이었다.

 배움을 매개로 상호 주체로 만났던 들불야학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인문학 교육 사업단 ‘들불학당’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들불열사 기념사업회 부설 ‘들불학당사업단’이 지난 4월10일 정식으로 창립돼 첫 인문학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관계의 인문학’교육프로그램으로 처음 시민들과 만난다. △돈 △노동 △사랑 △대중문화 4개의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에 살펴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들불학당사업단 조진태 이사장은 “70년대 말 만들어진 들불야학은 당시 주로 있었던 검정고시 야학이 아닌 노동현실을 주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노동야학을 지향했었고 들불야학의 교사들이 스스로를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뜻의 강학으로 불렀던 것처럼 일방향의 지식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중시했었다”면서 “30여 년 전 들불 야학이 그랬던 것처럼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체로 만나 배움을 실천하는 인문학 교육 기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들불학당의 설립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은 지난 2009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실험적으로 지난해 노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인문학 강좌를 1년 간 진행하기도 했다. 들불학당사업단은 노동인문학 강좌를 좀더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월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형식을 빌었다.

 들불학당사업단은 ‘진보적’ 관점의 인문학을 매개로 광주시민이 소외된 현실을 극복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조 이사장은 “방식과 과정을 중시하자는 것이 들불학당이 지향하는 바”라며 “상호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여러 장르를 이용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학 교사를 ‘강학’이라 지칭했던 들불 야학의 정신처럼, 들불학당은 일방적인 ‘교육’기관을 지양한다는 것.

 또 조 이사장은 ‘진보적’ 관점의 인문학임을 강조했다. “단순히 학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관점으로 시대적인 문제, 삶의 문제,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겠다는 것.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고민이 아직은 많다.

 들불학당사업단 이수자 연구팀장은 “들불학당사업단의 강좌의 형식은 누구나 똑같이 발언권을 갖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이라며 “이는 어느 누구나 서로 주체로 만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시작단계인 만큼 들불학당사업단을 외부에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들불정신의 현재적 계승’이란 화두를 어떻게 구현시킬지에 대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민하려고 한다. 백형기 대외협력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력들을 발굴하고 연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수익’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백 팀장은 “들불학당 사업단 내부 구성원들 역시 들불야학의 현재적 계승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들불학당사업단은 ‘돈의 인문학’ 프로그램 이외에 방학을 맞이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고전강좌도 8월6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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