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콜센터 사망사고 긴급토론회서 지적
사망 두 달여…아직도 전모 드러나지 않아

 LG유플러스고객센터에서 일하다 지난 1월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고(故) 홍수연 학생 사망사건으로 홍 양을 죽음으로 내몬 노동조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들의 무책임한 대처로 자칫 단순 자살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건이 발생한 후 수십 일이 지나도록 어떤 기관에서도 심도 깊은 진상파악에 나서지 않았으며 자칫 이번 사건이 개인적 문제에 기인한 자살로 묻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공동주최로 열린 ‘LG유플러스 콜센터 사망사고 긴급토론회-법과 인권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강문식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선부장)은 “그동안 교육청, 경찰, 회사 등이 보여준 태도를 돌이켜보면, 자칫 이번 사건이 개인적 문제에 기인한 자살로 묻히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을 뻔했다”면서 “‘나 콜 수 못채웠어’ ‘귀책 잡혀서 콜 들어야 해’, 고인이 이승에 남긴 흔적들만이 진실규명의 미약한 실마리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강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경찰은 유가족들에게 회사를 조사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묵살했고, 교육청과 학교는 가장 1차적인 조사인 유가족 면담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강 집행위원장은 “경찰은 사건을 축소시키며 지연시켜왔고, 교육청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사실상 책임을 방기했으며 2014년에 이 업체를 근로감독 했던 노동부도 문제가 반복되었는지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교육청, 학교의 비협조적인 자세로 인해 (관련)단체들에서도 유가족 및 주변 사람을 만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강 집행위원장이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시선으로 전한 사건 경과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기본적인 진상파악에 이르기까지가 쉽지 않다.

 1월25일 홍 양의 시신이 발견되고 기사화 된 이후 네트워크는 전라북도교육청 통해 실습업체가 LG유플러스고객센터(엘비휴넷)이라는 사실과 홍 양의 학교를 확인하고, 다음 날인 26일 교육청에 망자의 죽음과 업무 관련 여부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노동부에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

 1월27일에는 홍수연 학생의 담임에게 연락했으나 유가족, 친구 연결은 어렵다는 입장 전달받았다. 2월2일에는 교육청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교육청에서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 재차 밝힌다. 2월8일 교육청은 업체 쪽, 주변 학생 면담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문제점 발견하지 못했다고 네트워크 쪽에 전달한다.

 2월9일 네트워크는 홍수연 학생이 소위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민주노총서울본부희망연대노조를 통해 파악한다. 2월10일 다시 교육청에 홍수연 학생의 업무내용 확인했는지 질문했으나, 별다른 문제점 확인 못했으며 같이 일했던 학생들은 업무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했다는 답변을 듣고, 홍수연 학생이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다는 사실 전달하고 업무 내용, 근로조건 등을 상세히 파악할 것을 재차 주문한다.

 2월14일 네트워크는 홍수연 학생의 친구 연락처를 확보해 연락, 친구는 해지방어부서를 ‘소위 욕 들어주는 부서’라고 표현했으며 홍수연 학생이 생전에 업무 스트레스 호소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2월15일 교육감 면담 의제 조정을 위해 교육청 비서실과 연락했으며 비서실은 홍수연 학생의 자살에서 업무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고, 네트워크 측은 해지방어부서 근무 등 문제되는 내용 있다고 질타하고, 근로조건 파악을 재차 주문한다.

 2월20일 희망연대노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홍수연 학생의 사망사건경위서, 근로계약서, 현장실습협약서 등 확인한 결과 근로계약서·현장실습협약서 내용 상이한 점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얼추 한달 가까이 지난 2월23일 특성화고 현장실습 자살 사건과 관련해 전국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차원에서 성명서가 발표된다.

 2월24일 네트워크는 유가족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고, 면담을 통해 홍 양의 업무 스트레스와 노동조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가족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직장 문제 말고는 자살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며 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알고 싶다고 했으며 경찰에도 회사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네트워크 측에 전했다.

 그리고 2월26일에 네트워크, 민주노총서울본부희망연대노조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3월7일 LG유플러스고객센터(엘비휴넷)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및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홍수연 학생의 사망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는 동안 업체는 재직자를 입막음했고, 내부 자료는 하나 씩 치우고 있었다”면서 “초동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교육청, 경찰, 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태도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학생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을 걸로 전제하고, 학생이 남긴 메시지보다는 회사의 이야기를 더 신뢰했던 것으로 사전 공모가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일률적이던 이들의 태도는 얼마든지 홍수연 님의 죽음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버릴 수 있을 만큼 공고했다”는 것이다.

 강 집행위원장은 “사건 발생 후 2달이 지났음에도 아직 이 학생이 일터에서 매일 어떤 일을 했는지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도 고인의 유가족에게 사죄, 위로의 말을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사건의 발생부터 진상규명 과정에 이르기까지 故 홍수연 님은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고 지적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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