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고 김홍균 군 이색여행기, 왜? “버스가 좋아서”
“대중교통 매력” 팔도 누빈 여행기 블로그에 기록
“고등학생 되고 여행 힘들지만, 틈틈이 버스 시승”

▲ 시내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여행한 김홍균 군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기록.
 시내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장거리여행에 성공한 청소년이 있다. 오로지 ‘시내버스만 타고 이동’이라는 스스로의 도전과제를 완수하는 여정이다. 빠르고 쉽게 가는 방법이 아닌, 아찔한 여정을 하는 이유는 “버스가 좋아서”다.

 광주 문성고에 재학 중인 김홍균(2학년) 군은 지난해 6월11일 ‘광주-서울’ 시내버스 장거리 여행에 성공했다. 2년 전 이미 성공한 구간이지만, 지난해의 성공은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를 전혀 타지 않고 이동한 첫 여정이다.

 이후 김 군은 ‘대중교통 여행기’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꼼꼼히 정리한 여행기를 남겼다. 김 군의 블로그에는 2014년부터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여행기가 일사불란하게 정리돼 있다.

 ‘광주-서울 시내버스 여행기’는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재조명이 될 정도로 화제를 낳는 중이다. 기자도 인터넷에서 김 군의 여행기를 접하고, 블로그에 쪽지를 남겨 연락이 닿았다.

 한창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바쁜 김 군과 어렵사리 만남이 성사돼 남구 봉선동으로 향하는 길. 김 군은 메시지로 이동거리와 시간을 파악해 도착시간을 가늠하고, 주차가 좋은 카페까지 물색해 지도를 보내줬다. 여행 베테랑다웠다.

 “작년에 성공했던 여행인데, 인터넷에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줄 몰랐네요. 사실 그 이후에 장거리 여행을 거의 못했어요. 시험이 끝나면 1~2주 정도 여유가 생기거든요. 그 때 짬을 내서 다녀오는 정도고, 수능 전까지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죠.”

 김 군이 본격적으로 ‘대중교통 여행’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다. 시내버스를 타고 광주 구석구석을 돌기도 하고 친구들과 인근 담양이나 화순으로 놀러 나가보기도 하면서 버스의 매력에 빠졌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했어요. 일반적인 여행은 목적지로 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잖아요. 그런데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면 그 자체가 즐거운 여행처럼 느껴졌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경치도 마주치게 되고요.”

 지난 3년 동안 김 군이 `나 홀로 대중교통 여행’이라는 도장을 찍은 곳은 전국 팔도 모든 시·도·군이다. 오직 독도와 울릉도만이 미개척지로 남았다. 모든 여행이 즐거웠지만, 그 중에 가장 공을 들이고 성취감까지 맛봤던 여행은 손에 꼽힌다고.

 김 군은 2014년 땅 끝 해남에서 서울까지 시내버스로 `하루여행’을 계획하고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 충남 공주에서만 두 번의 고배를 마셨고, 이후 코스를 선회했지만 화장실이 급해 난감한 상황도 겪었다.

 “맨 처음엔 공주에서 오산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5분 차이로 놓치고, 다음 시도에선 바로 눈앞에서 막차를 놓쳤어요. 다음은 송탄으로 가는 시간표가 여행 2주 전에 바뀌는 바람에 이동시간이 밀리고 밀려 실패했고요. 한 번은 화장실이 급했지만 미리 알아둔 `플랜B’가 있어 무사히 버스를 탔어요.”

 뭐니 뭐니 해도 `광주-서울’ 시내버스 여행기는 가장 최근에 성공한 장거리 여행이라 애착이 크다. 시내버스로만 이동하기 위해 방과 후에 짬짬이 계획을 짰고 사전 답사까지 철저히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이용만 스물한 번에 달하고 총 소요시간이 17간7분 걸린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였다.

 김 군은 해당 버스 금액과 출발·도착 시간을 비롯해 버스 내부 환경, 운전원의 운전 스타일, 대기 중 먹은 음식 등을 꼼꼼하고 자세하기 기록했다. 김 군의 블로그에는 장거리 여행 프로젝트를 위한 답사만이 아니라도 타보지 않은 버스를 시승한 시승기도 다수 게재돼 있다.

 “버스를 타면, 우리 사회가 보여요. 아침 일찍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 농어촌 버스를 타고 장에 나가는 보따리상들, 한 밤 중에 술 한 잔씩 걸치시고 퇴근하시는 회사원들을 만납니다. 또 우리나라 지리도 현장학습으로 체득하게 되고요. 덕분에 지리 점수가 좋아요.”

 마지막으로 김 군은 대중교통 여행을 위한 팁을 소개했다.

 “버스 시간표는 해당 지역 시청 등에 문의해 최신 것을 확인하는 게 필수고, 최대한 미리 답사를 해 두어 정확한 정보를 알아두면 도움이 돼요. 그리고 최대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열린 마음만 있다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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