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5만 원·높이 40cm, “작지만 큰 존재감”
광주선 성덕고 시작 상무·광덕·보문 등 잇따라
“아픈 역사도 역사의 일부, 잊지 않으려 매일 다짐”

▲ 지난 4월 광덕고 교정에 들어선 작은 소녀상.
 작은 소녀상이 교정 한 가운데 세워진지 3개월째, 상무고 학생들은 매일 소녀상과 마주하며 슬픈 역사를 떠올린다. 역사 교과서에선 잠깐 언급되고 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지만, 우리학교 작은 소녀상이 간직한 아픈 기억이기도하기 때문이다.

 소녀상이 들어선지 3개월이 된 20일 상무고를 찾았다. 청소시간 중에 교정 이곳저곳을 오가는 학생들 사이로 빛을 받아 반짝이는 소녀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건물과 건물 사이 작은 정원 앞에 세워진 작은 소녀상은 학생 눈높이에 맞도록 80cm 높이 받침대 위 유리 상자 속에 앉아 있었다.

 상무고 작은 소녀상은 지난 3월22일 제막식을 갖고 교정 한 가운데 자리했다. 작은 소녀상 세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3주 만에 목표모금액이 채워졌고, 전국에서 37번째로 교정에 세워진 작은 소녀상이 됐다. 작은 소녀상은 제작비 55여만 원으로 좌우 30cm, 높이 40cm 정도 크기며, 서울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상무고 학생들은 서울 이화여고에서부터 추진된 ‘전국 고등학교에 100개 작은 소녀상 세우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학생 동아리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확산시켰다. 동아리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보탰다.

 교내 학생동아리 소속으로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상무고 3학년 최윤령 양은 “소녀상을 볼 때마다 슬픈 생각이 스친다”면서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역사기 때문에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비오는 날 한 남학생이 소녀상이 비를 맞고 있는 것을 보고선 우산을 받쳐주고 가더라”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소녀상을 단순한 동상이 아닌 마음속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위안부 할머니의 상징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상무고 3학년 유윤경 양은 “학생들이 소녀상을 세우는 것 외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성금 모금에 참여하기 위해 뱃지 구입 등에도 적극적이다”며 “다른 학교도 위안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행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에는 상무고 외에도 광덕고·성덕고·보문고 등에서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소녀상을 세운 성덕고는 학생회가 주축이 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다녀온 뒤 학교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성덕고 학생들은 1인당 1000원씩 성금을 내고 교사들도 동참해 제작비 55만 원을 초과했다.

 광덕고의 경우에도 목표액을 초과하는 모금액이 모여 지난 4월 소녀상을 세우고 남은 금액을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다. 또 광덕고 소프트웨어 동아리 ‘OSOF’는 ‘소녀의 꿈’이라는 앱을 개발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교육 내용과 퀴즈를 담아 보급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네 번째로 교정에 소녀상을 세운 보문고는 지난 5월15일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보문고 역시 목표액보다 많은 금액이 모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했다. 보문고 학생회장 이승준 군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기를 염원한다”며 “식민 지배와 역사를 기억하고 일본 정부의 성찰과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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