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개구 8월14일 목표 건립중
"의미·사후 관리 등 논의 불충분"지적

▲ 광주시청사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일제 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희생을 기억하는 장치로써 전국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고 있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조성이 완료된 광주시청사 외에 5개 자치구도 일제히 소녀상 건립 계획을 밝히고 실제 작업에 들어갔다.

 세계위안부의 날인 8월14일 개막을 목표로 일제히 진행되고 있는 데, 그 뜻과 의미는 이해한다고 해도 자치구별 경쟁하듯, 정치인들이 치적쌓듯 진행되는 마당이어서 졸속 추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듯 진행되다보니,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세워,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립 후 사후 관리 문제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는 우려가 더해진다.

 20일 광주 5개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건립위)에 따르면, 각 종단·시민모임·시민단체·구청·구의회 등으로 구성된 건립위가 오는 8월14일을 목표로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작년 9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11월 추진준비위원회 발족, 올해 3월1일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광산구는 작년 12월 논의를 시작해 올해 5월29일 발대식을 가졌다. 이후 동구는 4월28일, 서구는 5월18일, 남구는 5월9일 발대식을 가졌다. 이후 각 자치구는 건립위를 중심으로 시민 모금 형식으로 소녀상 건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구별로 일제히 진행되고 있는 소녀상 건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지만, 어느 순간 우후죽순, 난립하는 모양새로 진행돼 우려스럽다”는 말이 건립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건립위 일부 관계자는 “대선 정국이 중간에 끼어있었던 탓에 5월10일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며 “사실상 일부 구에선 3개월여 만에 모든 일이 진행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광주나비 역시 같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3일 광주나비 백희정 대표가 5개구 건립추진위원회에 의견서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의견서에서 광주나비는 “(평화의 소녀상을) 기억하는 방식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채 `소녀상을 만들자’고 시작한 건 유감”이라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곳은 가능하겠지만, 일부 지자체는 여유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는 탓에 “무엇을 위해”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5월12일 남구의회 배진하 의원은 본회의 구정질문을 통해 “소녀상을 어떻게 건립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과 뜻이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평화의 소녀상의 형상도 고민돼야 할 지점이다. 북구를 제외하고 일부 자치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지난 2011년 세운 평화의 소녀상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약간만 변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 건립위 관계자는 “소녀상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토대로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원작자인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표절이 아니다’는 뜻을 보여 이를 이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면 북구 건립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학생과 주민모임 등 다양한 시민 단체들의 의견을 취합, 수동적이고 조용한 이미지의 소녀상을 벗어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이에 따라 누군가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계획하고 있으며, 손목과 발목의 힘줄 등 세밀한 묘사 등을 통해 그려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설치 장소 역시 만만찮은 고민이다. 대부분의 자치구는 소녀상 자체의 상징 지역보다 “아픈 역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민들이 발걸음이 많은 곳”을 점찍고 있다. 서구는 상무시민공원, 남구는 푸른길·남구청·양림동 등, 북구는 북구청, 동구는 금남공원 등에 건립하는 것을 계획으로 잡고 있다. 광산구는 당초 상징성 등을 고려해 송정역이나 수완호수공원 등을 고려했으나, 8월14일이라는 기간에 맞추기 위해서 수완지구 롯데아울렛과 부지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일제의 피해자인 소녀상을 어느 위치에 세울지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며 “특히 롯데 등 일본 기업 앞에 소녀상이 놓이는 것은 다시 한 번 고려를 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립 이후 사후 관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추진위는 “각 부지 소유주나 공원 관리처 등에 일임하거나, 시·구에 기부채납을 고려하고 있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광산구는 건립 이후 남은 기금을 관리 기금으로 전환하고, 이후 1년 단위의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북구도 지난 5월 북구 의회를 통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구에 관리 책임을 함께하고, 이후 추진위를 관리위로 전환해 계기 기억행사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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