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후폭풍’
민주당 “지역 출신 반대가 호남 홀대” 역공
광주시민협은 “한국당 2중대, 심판할 것”

▲ 지난 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광주송정역에서 광주·전남 SOC 예산 삭감과 관련한 현장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국민의당이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한 ‘후폭풍’의 중심에 선 것.

‘캐스핑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이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 국민의당의 최대 기반인 호남에선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번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실상 “호남과 다른 길을 간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후폭풍을 의식한 듯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와대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한 것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와 여당이 발끈하면서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북구갑이 지역구인 김경진 국회의원과 이상돈 국회의원 등도 김 후보자의 잔여임기가 12개월에 불과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청와대의 후보자 지명 자체가 잘못됐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김 후보자 지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추천을 받아 결정한 것이다. 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던 게 박지원 전 대표다.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이 아닌 국회(정당) 추천의 재판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국민의당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김 후보자의 자질, 이전 행적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당초엔 당 내 찬성 여론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표결에서 이게 뒤집어진 셈이다. 김 후보자의 표결엔 총 293명이 참여해 찬성표 145표, 반대표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가 나왔다.

과반이 되는 147표보다 2표가 모자라 부결처리된 것이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민주당 120명, 자유한국당 102명, 바른정당 20명, 국민의당 39명, 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대한애국당 1명, 무소속 3명 등이다. 각각 당론으로 투표를 진행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39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국회의원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국민의당은 이번 표결에 의원들이 ‘자유투표’로 참여했다.

표결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에 “존재감을 내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번 표결 결과와 관련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과 함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며 “(청와대에)박 장관 후보자 임명을 철회하고 자격 없는 식약처장을 해임하는 성의를 보여달라 요구를 했다”며 “꼭 그러한 조건부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코드인사 이런 것을 불식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명분이 있지 않았겠냐”고도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이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NS 등에서도 “결정권을 보여주기 위해 책임정치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일부터 광주·전남을 돌며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SOC(사회인프라) 예산 삭감을 두고 ‘호남홀대’라고 했던 게 부메랑이 되는 형국이다.

전북 고창 출신의 김 후보자를 국민의당이 반대한 것이 ‘호남 인사’를 외면한 것으로 비춰지면서 역공을 당하고 있는 것.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 2박 3일 호남투어 일정을 마친 결과가 결국 헌재소장 부결이었다는 것에 동의할 호남 민심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고,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문재인 정부의 ‘호남 홀대’를 주장해 온 ‘안철수 국민의당’이 유일한 호남 출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반대한 것이야말로 국회의 ‘호남홀대’를 국민의당이 결정한 것이다”고 국민의당을 몰아부쳤다.

마침 안 대표는 13일 전북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 전북도와의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질 예정이다. 새 지도부 구성 이후 지역민심을 추스리기 위한 이번 방문이 ‘매서운 회초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한 배’를 탄 것은 호남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부터 ‘안철수 체제’를 놓고 보수화,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이 제기돼 왔다. 이번 결과로 이에 대한 지역 민심의 ‘의심’이 확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헌재소장을 부결시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며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춘 국민의당도 적폐연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광주시민사회는 국민의당을 향해 ‘자유한국당 2중대’를 지적하고 나섰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당이 적폐세력과 야합했다”며 “자유한국당 2중대로 전락한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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