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강제노동”…
광주우체국앞 사상 첫 집회
“문화 활성화 명목
강제하고 무시하고 탄압하고”

▲ 11일 오후 6시 광주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이 광주우체국 앞에서 “불법 강제노동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광주우체국 앞에서 집배원들이 집회를 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광주 시민 여러분, 저희 집배원들은 인격권 침해를 자행한 우체국장과 그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 오늘 집회를 마련했습니다.”

 분노한 집배 노동자들이 일어섰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와 강제노동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행동에 나섰다. 11일 오후 6시 광주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이 광주우체국 앞에서 “불법 강제노동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광주우체국 앞에서 집배원들이 집회를 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5일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고 이길연(55) 씨의 죽음으로 촉발된 집배 노동자들 분노는 집배노동자들이 처한 살인적 장시간 노동과 비인간적 노무관리 등과 닿아 있다. 광주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의 행동으로 우체국 내의 불합리한 관행과 실태들이 또 다시 드러났다.

 광주우체국 집배원들은 11일 집회에서 “광주우체국이 ‘책 읽는 문화 활성화’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집배원들이 배달을 나가기 전 가장 바쁜 시간인 오전 8시에서 8시10분 사이에 모두가 일손을 놓고 책을 읽을 것을 명령했다”면서 “명백한 불법 강제노동”이라고 성토했다. 집배원들은 “광주우체국은 이미 한 차례 설문조사를 통해 절대 다수가 반대한 책읽기에 대해 마음에 드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계속 설문 조사를 진행해 책읽기를 강요했고, 책이 어려우면 공문이라도 아니면 만화책이라도 읽으라는 등 집배원들을 무지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면서 “관리자라는 지위를 악용해 강제노동을 시키고 의사에 반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슈퍼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규탄했다.

집배 노동자들은 “집배원들은 점심 시간도 없이 일을 하며 장시간 노동을 견디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책읽는 문화 활성화라는 세상 편한 소리가 나온단 말인가” 되물었다.

 노동자들은 “결국 10일 전 몇 몇 집배원들이 연가로 빠진 동료의 편지구분을 대신 하느라 10분 책읽기 시간에 참여하지 않자 따로 불러내 업무지시를 왜 따르지 않냐고 호되게 문책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면서 집배실장은 해당 집배원들에게 앞으로 8시에서 8시10분 사이 집배실에서 나와서 집배실장 본인이 보이는 데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집배 노동자들은 또 “광주우체국에서는 바쁜 집배원들에게 배달 전산입력 업무를 하지 않고 배달하러 갔다고 꼬투리를 잡으며 밖에서 PDA로 입력이 가능함에도 왕복 40분 거리를 오게 하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광주전남 집배노조준비위원회 고웅 위원장은 “그 동안 부당한 줄 알면서도 불이익을 받을까 말 한 마디 못한 세월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세월이었다”면서 “이제는 인권침해와 부당한 대우에 맞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은 “책읽기 즉각 중단, 불법강제노동 강요한 집배실장 사퇴, 집배원 인권 개선안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노총 우체국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광주지역시민사회노동단체가 함께한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을 위한 싸움에도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

 한편 이날 우체국노조는 “광주우체국장 및 관리자가 책읽기를 강요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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