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구성원들 거센 반발 직면
“사전 논의 부족” 유감 표명
“상무고 논란으로 그쳐선 안 돼
5·18교육 지표삼아야”

▲ 지난달 상무고 운동장에 세워진 육군기계화학교 창립 기념비(왼쪽), 지난 12일 기념비가 철거되고 텅 빈 자리(오른쪽).
상무고에 5·18 당시 동원된 군부대의 기념비가 세워진 뒤 구성원들의 반발 등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부랴부랴 비석 철거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상무고 운동장 산책로 한 가운데 ‘육군기계화학교 창설기념비’가 설치돼 논란이라는 보도(본보 11일자 ‘상무고 발칵 뒤집은 기갑학교 기념비’) 다음 날인 12일 해당 기념비가 철거됐다.

상무고 관계자에 따르면, 기념비 설치를 주도했던 상무고 학교장은 관련 보도 이후 학내 교직원 전용 메신저를 통해 사태 진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무고 학교장이 교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학교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기념비 설치를 추진’한데 유감을 표하고 ‘군부대와 협의 후 즉각 대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상무고는 육군기계화학교에 요청해 12일 오전 기념비 철거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16일 상무고를 찾아 확인한 결과, 비석이 있던 자리는 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원래 학생들이 이용하는 운동장 산책로였던 이곳 나무들을 제거하고 비석 터가 마련됐었다.

사전 논의 없이 비석이 설치돼 당혹감이 컸던 학교 구성원들은 “이제라도 조치가 이뤄져 다행”이라면서도 학교 측의 “비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실망감”과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무고 교사 A씨는 “군부대가 기념비를 세운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교육현장에 군부대의 설명만이 적힌 비석을 세우고 5·18에 대한 역사는 외면했던 게 큰 문제였다”며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쳤다면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무대의 5·18 역사는 우리 학교만의 공간으로 한정된 게 아니라 상무지구 전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 5·18 역사를 어떻게 교육하고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953년 상무대 경내 현 상무고 자리에 창설된 육군기갑학교는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신군부가 시민군 진압을 위해 동원된 군부대 중 하나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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